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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예술가들의 부상 [아트씽]

[새로운 예술가가 온다:김희영의 눈(2)]

인생여정·뭉클한 감동…시청자 붙들다

사서 고생한 '착한 프로그램'의 미덕

주류가 주목하지 않던 예술가들의 발견

‘화100’의 1차 미션 ‘자화상’ 부문에서 최고령 지원자 이덕배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출처=MBN




수십 년 극장 간판그림을 그리던 이덕배 지원자의 (자신보다 젊고 외국배우처럼 그린) 자화상, 미술대학 시절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아버지의 사고로 10년 가까이 붓을 놓았던 은둔의 화가 최우열, 우크라이나 출신 지원자 마리아가 고국을 걱정하며 그린 슬픈 자화상….

대국민 미술작가 오디션 프로그램 ‘화100’은 예술가들의 개인성에 주목했고, 그들이 여기에 오기까지 인생여정을 소개한다. 뭉클함이 밀려들고, 시청자는 소망한다. 상처를 극복하고 네 꿈을 여기서 이뤄줘. 그리고 생생한 개성과 그들만의 제스처, 남다른 패션을 엿보며 ‘우리와는 다른’ 예술가의 정체성을 엿보게 된다.

유수 해외미술대학 졸업자, 서태지와 아이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그래피티스트, 꽤 이름 알려진 화가, 어디서 본 광고의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이들이 여지없이 떨어지는 광경을 보며 ‘미션 수행에 성공해야 살아남는’ 이 프로그램에 신뢰가 생긴다. 여기선 경력 떼고, 졸업장 떼고 누구에게든 공평한 거라며.

시청자에게 외면받지 않은 이유


'화100'의 3차 ‘수퍼캔버스 미션’ 소재인 인천의 여러 장소 중 연안부두에서 작품을 창작 중인 ‘연안순두부팀’ /사진출처=MBN


예술가들은 인천 연안부두의 칼바람을 마주하며 3일 밤낮을 보내기도 하고, 제주 설화의 미션을 생생하게 구성하겠다며 비오는 날 물장오리오름까지 오른다. 종횡무진하는 과제와 전국을 오가는 촬영장소가 에이전트(심사위원)로선 안쓰러웠다. 이렇게까지 찍어야 하나.

방송작가 류정하는 눈뜬 모든 시간 일했고, 회당 2억 가까운 제작비는 다 회수되지 않았단다. 다만 사서 고생한 그들의 노력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락(김종서), 힙합(라키), 뮤지컬(하도권) 등 여러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해 신곡을 발표할 때 시청자는 음악프로그램의 감흥에 젖었다. 인천 5개 지역을 주제로 한 ‘초대형 수퍼캔버스’ 미션은 바다, 근대건축물,산업시설이 뒤섞인 풍경 속에서 ‘나도 인천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예능인들이 잔뜩 등장하는 스튜디오 기반 미술예능 프로그램들 대비 휴머니즘과 다이나믹한 미션, 그것이 펼쳐지는 여러 현장...(출연자 간 갈등은 양념으로 필요 없고) ‘그림을 보는 법을 알려주려는’ 착한 프로그램은 방송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이달의 PD상’에 뽑혔다.

방송이 아니라 ‘사업컨텐츠'다


'화100'의 앨범커버미션에서 힙합 가수 라키의 신곡 ‘With You' 음원 커버 후보작들. 사진출처=MBN




높은 시청률 그리고 제작비와 이익을 광고가 지탱하던 시대는 가고, 이제 방송제작이란 컨텐츠의 파생이익 창출이 관건이 되는 추세다. ‘화100’을 포함한 대부분의 미술예능프로그램이 애플TV,티빙, 웨이브 등 국내외 OTT플랫폼에서 방영되고, ‘원얼스:아트피아’'와 노머니 노아트' ‘화100’ 모두 작품의 NFT판매가 기획되었다.

‘화100’의 경우 인천, 제주, 영월 등 지방정부와 현지 기업에서 제작비를 투자받았으며, 일본과 중국에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 논의 중이다. 화100의 3차 ‘앨범커버 미션’에 선택된 5개의 작품은 각각 디지털음원의 커버로 사용 중이다.

아트스타코리아가 영국의 미술가 오디션 프로그램 ‘Work of Art’ 구성형식을 빌린 데 대해 표절 시비가 붙던 10년이 지나, 한국의 미술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글로벌 미술예능의 지표를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술계는 누구로 구성되는가?


마지막으로 ‘화100’이 대중에게 남긴 것. ‘아트스타코리아’에 참여한 상위 5%의 ‘엘리트 예술가’(이들은 좋은 학력에 국제적 경험, 국공립 미술관 전시와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가 아니라, ‘언론과 제도권의 눈에 잡히지 않는’ 여러 층위의 예술가들을 시청자는 만나게 된다. 이들은 취미학원을 운영하면서 예술가의 길을 포기 못한 전공자들, 카페 인테리어 벽화나 스포츠브랜드와 일해온 일러스트레이터, 공원의 대형 벽화를 그리는 그래피스트, 만화캐릭터인지, 인테리어 소품인지 헷갈리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포함한다.



▶▶필자 김희영은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팀장이다.

2010년부터 서울문화재단에 재직하며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를 7년간 맡았다. 레지던시 스튜디오를 통한 예술가 지원, 예술을 통한 지역재생, 테크놀로지 기반 예술과 NFT기획이 전문 분야이며, 그가 금천예술공장에서 실현한 In-House Production 시스템은 2010년 이후 한국 테크놀로지 기반 예술 지원의 중요한 지표가 됐다.

그전에는 ‘미디어시티_서울2000’, ‘세계도자기엑스포경기도2001’, ‘부산비엔날레2003~2005’ 등의 전시팀에서 일했고, 서울대에서 미술이론 석사, 미술경영 협동과정 박사를 취득했다.

MBN의 전국민오디션 ‘화100’ 심사위원(2024), 국민대 행정대학원 박물관미술관학 전공 겸임교수(2020),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복지위원회 위원(2019~2021)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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