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빅5’ 등 수련병원에 요청한 전공의 사직서 처리 마지막 날인 15일까지 대다수 전공의는 묵묵부답이었다. 미복귀 전공의 1만여 명의 사직서가 무더기 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빅5’ 등 수도권 병원과 인기 진료과 중심으로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의료계는 “정부가 지역 의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처리 마감 시한인 이날까지 전공의 대부분은 수련병원에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 사직 의사를 밝혀달라는 수련병원의 요청에 응답한 전공의들은 극소수이고 대규모 복귀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련병원들은 응답이 없는 전공의들에 대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해 자동 사직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전체의 8%인 1094명, 미복귀 전공의는 1만 2662명에 달한다. 1만여 명의 사직서가 이날 이후 무더기 처리될 수 있는 셈이다. 각 수련병원은 17일까지 결원을 고려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 갈등은 여전하다. 정부는 병원과 전공의 간 계약상 2월 사직서 수리는 가능하지만 공법상 효력은 6월 4일부터 적용된다고 못 박았다. 현행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에 따르면 수련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같은 전공이나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정부가 예외를 인정해준 9월 전공의 추가 모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에도 복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없이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 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당장 내년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상황에서 인력은 어떻게 채우고 이에 필요한 재정은 어디서 마련할 예정이냐”고 지적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빅5’ 등 수도권 대형 병원 및 인기 과목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 ‘1년 내 동일 연차·과목 복귀 불가’ 규정을 완화하며 복귀를 독려하고 있지만 ‘권역’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권역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빅5’ 병원만 전공의를 채우면 된다, 지역 의료든 사람 살리는 의료든 나 몰라라 하겠다는 얘기”라며 “정부가 지역 의료를 철저히 망가뜨리고 국가 의료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거점 병원인 충남대병원은 최근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충남대학교병원에 따르면 5월 말 400억 원가량 남아 있던 현금이 이달 말 모두 바닥나 추가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남대병원에서는 올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입원 환자가 하루 평균 36.4% 줄고 외래 환자 역시 약 20% 줄어 매달 100억~150억 원대의 손실이 나고 있다.
의협은 전공의·의대생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는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 이들의 참여를 재차 독려했다. 올특위가 13일 정기회의를 취소하자 ‘좌초설’이 돌기도 했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지금도 올특위 회의 발언의 절반 정도는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하고 계신다”며 “올특위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의대생과 전공의의 의견을 가장 크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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