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혼잣말

남태식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텔레비전이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냉장고가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벽이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노인이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안에, 안에만 듣는다.

살아온 내공이라 부르겠다. 리모컨을 누르면 제 할 말만 떠들어대던 텔레비전이 귀를 쫑긋 세우다니. 문짝을 열면 애 어른 구분 없이 다짜고짜 찬 김을 얼굴에 내뿜던 냉장고가 노인의 말을 듣다니. 오죽하면 벽에 대고 이야기한다던 그 벽에 귀가 생기다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물이 경청하게 만드는 것이로구나. 귓등으로 듣지 않고 안으로 새기는구나. 사물과도 저렇거늘 먼 데서 자식과 손주가 찾아온다면 삐걱거리는 대문이 왜 소리치지 않겠는가?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