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표창장을 받은 리일규(52)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우리나라로 망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리 참사는 지난해 11월 아내·자녀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리 참사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 대표적인 ‘남미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리 참사는 김정일·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라며 “김정은에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그가 직접 작성했다”고 소개했다.
리 참사는 1972년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1999년 외무성에 들어가 2011년부터 2016년, 2019년부터 2023년 등 총 9년간 쿠바에서 근무했다. 리 참사는 2013년 7월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청천강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이바지해 ‘김정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태 전 의원은 “리 참사가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 저지 활동이었다”며 “평양의 지시를 집행해 보려고 애썼지만 쿠바의 마음은 이미 한국에 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쿠바는 올 2월 전격적으로 수교 관계를 맺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북한의 해외 주재관 교체가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세계 각지에 나가 있던 엘리트층의 탈북이 계속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위급 탈북민은 10명 내외로 2017년 이후 최대였다. 한국행을 택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은 2016년 주영국 북한대사관 ‘2인자’인 공사로 근무한 태 전 의원이다. 이후 2019년 7월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같은 해 9월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 등이 탈북했다.
리 참사는 이날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한성렬 전 미국 담당 부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2019년 2월 ‘미국 간첩’ 혐의로 외무성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또 리용호 전 외무상은 주중 대사관 뇌물 사건에 연루돼 2019년 12월 일가 전체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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