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공방과 폭로전으로 ‘자폭 전대’라는 오명을 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볼썽사나운 집단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당 대표 선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지지자들 간에 욕설을 주고받는 몸싸움 사태가 발생했다. 한동훈 후보가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청중이 “배신자” “꺼져라”를 반복해 외쳤고 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한 청중은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 들어 던지려다 제지당했다. 원희룡 후보와 한 후보의 적의에 찬 상호 비방전이 지지자들 간의 패싸움으로 비화한 것이다.
두 후보는 당내 분열 증폭을 막기 위해 지지자들의 흥분과 과열을 가라앉혀야 하지만 폭력 사태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갈등을 더 키웠다. 한 후보는 16일 “원 후보 지지자들이 제 연설을 방해한 게 맞다. 나중에 보니 계획을 하고 난동을 부린 것”이라고 공격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 팬클럽의 행동은 과거 우리 당에서는 없었던 부분이라 걱정”이라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표 후보들에게 공문을 보내 “선거운동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전당대회의 의미를 분명하게 안내해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이어 후보 간 막말 공방과 지지자 간 육탄전까지 벌어지자 여당의 자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당대회가 이렇게 공멸의 길로 간다면 승리자 또한 절반은 패배자”라며 자중을 촉구했다.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당권 도전에 나선 후보들은 정책·비전 경쟁은커녕 내부 총질과 ‘네 탓’ 공방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방탄’을 위해 검사 탄핵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겁없이 밀어붙여도 여당은 속수무책이다. 당 대표 후보들이 계속 ‘자해’를 하는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누가 이겨도 집권당은 ‘거대 야당의 폭주’를 방조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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