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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콕 찍은 트럼프 "美 반도체산업 가져갈 것"

[무역전쟁 예고한 트럼프]기본관세 10% 도입 공약

"전쟁도 막을수 있다" 관세 예찬

북미자유무역협정 등 부정 평가

법인세는 21→20%로 인하 방침

글로벌 인플레·재정적자 확대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에도 위스콘신주 밀워키 행사장에 등장해 짐 조던 하원의원(오하이오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거즈를 착용하고 참석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보다 더 독한 ‘관세전쟁’을 예고하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경제·외교적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J D 밴스 상원의원 역시 ‘보호무역 예찬론자’로 고율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트럼프-밴스 행정부가 집권할 경우 과격한 관세 및 감세 정책들이 집권 1기보다 빠른 속도로 집행되면서 세계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 중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관세가 갖고 있는 장점을 늘어놓으며 트럼프노믹스 2기의 중심에 ‘관세’가 자리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특히 “중국뿐 아니라 유럽·일본·멕시코와의 교역에서도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집권 1기의 대중 관세전쟁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관세는 경제적으로 훌륭하고 협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재임 기간 적대적인 국가들이 찾아와서 ‘대통령님, 제발 관세를 멈춰주세요’라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관세를 멈추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경제적인 것 외에 전쟁도 막을 수도 있다”고 예찬했다.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친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을 ‘관세왕’이라고 부르며 “역사상 가장 과소평가된 대통령”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1897년부터 1901년까지 미국의 제25대 대통령을 지낸 매킨리는 고율 관세 등을 통해 미국 내 산업을 육성했는데 경제성장이 절실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전 세계 상품에 대해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물리는 것은 물론 중국산에는 60%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고 미국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초강경 대중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 관세와 관련해 “나는 재임 기간 50%를 했고 60%는 들어본 적 없다”며 수치를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10% 이상으로 부과하기 때문”이라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자동차 산업 기반이 ‘무관세’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멕시코에서 정말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자동차 공장을 지어 미국에 판매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 “내가 모든 것을 막았던 이유는 기업들이 모두 멕시코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내가 막지 않았다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을 향해서는 “우리를 폭력적으로 대한다”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의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차를 수백만 대씩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재임 시절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신경전을 벌인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가 “지금 뮌헨에 포드나 쉐보레가 몇 대나 있냐”고 묻자 메르켈 전 총리가 “많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고 “아예 한 대도 없지 않냐”고 받아쳤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거칠었고 여전히 그렇다”고 불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새로운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바이든의 전기자동차 육성 정책은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면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보조금만 퍼주고 있다”고 지적해 IRA가 인플레이션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켰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바이든 행정부의 화석연료 축소 정책을 뒤집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과 더불어 대표적인 화석연료 옹호론자로 재집권에 성공하면 IRA를 폐기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IRA를 폐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보조금 수혜, 일자리 창출 등과 묶여 있는 기업 및 유권자를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반도체지원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으며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면서 “그들은 (여기에) 짓겠지만 이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율에 대해서는 15%까지 낮추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현행 21%에서 20%로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워싱턴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과 만난 것을 언급하면서 “법인세율 인하를 CEO들에게 얘기했고 그들은 그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노믹스의 큰 틀은 1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점은 그가 정책을 실행하는 속도와 효율성”이라고 짚었다. 집권 1기 때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력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자신에게 적합한 인재를 발탁하는 안목도 갖췄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까지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어젠다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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