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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저출산 해결, 용어의 변화부터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출산‘휴가(休暇)’와 육아‘휴직(休職)’. 마치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모순적 표현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출산 후 놀다 오겠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휴가는 ‘쉴 겨를’을 의미하고 휴직은 ‘일을 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출산 후 온전한 휴식은 불가능에 가깝다. 육아는 출근만 있고 퇴근은 없는 무한 야근의 연속이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고생하지만 이를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어가 주는 인상 때문에 기업은 선심 쓰듯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보내주고’ ‘쉬고 놀다 온 사람’은 회사 눈치를 보고 동료들에게 미안해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육아 돌봄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리 없다.

사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저출산 해결의 키워드로 꼽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도가 없어서라기보다 제도는 있는데 사용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이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보면 선진국 수준의 일·가정 양립 환경과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고 부모·기업·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과 문화적 반전이 긴요하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은 이미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문화는 정착하지 못했다. 육아휴직 후 불이익이 생기는 직장 문화가 유지된다면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잘 갖춰진 육아휴직 제도에 주저 없이 출산·육아를 할 수 있는 직장 문화, 다시 말해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초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개인의 행복, 가족의 기쁨인 동시에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같은 관점에서 기업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결코 손해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직원을 집으로 파견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출산과 육아에 쏟는 노고를 폄훼한다. 육아하는 부모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는커녕 노는 사람 취급하는 사회에서 높은 출산율을 바라다니 이토록 허황된 꿈이 또 있을까.

언어는 사고의 집이다. 이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대체할 새로운 표현을 고민해야 할 때다.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한 용어가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만들고 있다. 단어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에는 힘이 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첫걸음, 입법을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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