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에는 임대아파트 외에도 도시지역의 빌라,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하는 매입임대주택이 있다. 매입임대는 2004년 최저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점차 청년·신혼부부와 고령자·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확대됐다.
일반적으로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주거약자 지원, 수요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시장임대료 안정, 도시슬럼화 방지, 커뮤니티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건축 예정인 주택을 매입하기로 약정한 뒤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을 매입임대주택으로 쓰거나, 건설사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도 폭넓게 사용해 활용도 높은 정책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LH의 매입임대주택사업 실적은 1만 가구 수준으로 연간 목표치인 3만5000 가구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에는 총 2만7553호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가 이를 3만7000호로 늘리기로 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긍정적 역할에도 매입가격이 높아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수도권에서만 총 매입금액의 70%에 달하는 7조6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돼 LH가 세금을 낭비하고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한다. 그러나 매입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간 상호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측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매입기준가격이 시세에 비해 낮으면 주택소유자가 판매를 주저해 매입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어렵고, 매입기준가격이 시세 수준인 경우 매입임대 재고 확보에는 도움이 되나 주택건설사에게만 이익을 준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편 선호도가 낮은 주택을 매입하면 장기 미임대주택이 발생해 LH 등 공공기관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지가가 높은 도심지역은 사실상 매입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시세 기준으로 매입하면 예산투입 규모가 급격히 커진다. 반면 저가의 주택이 많은 지방도시의 경우 비용은 적게 드나 사업의 효과가 크지 않다.
이러한 사업 구조적 특징을 고려하면, 매입임대주택사업은 공공투자의 개념, 일종의 비축사업으로 바라봐야 합리적 평가가 가능하다. 전월세가격이 상승하는 시장 상황에서 매입임대수요는 증가하나,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은 부족해지는 특징을 가지는 사업방식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택경기 침체가 길어진 최근의 상황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주택사업자에게는 유동성 지원을, 공공기관에게는 저렴하게 우량물건을 매입(비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매입임대사업은 연간 목표량을 설정하기보다 장기적 계획 하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경기 위축시기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주택을 매입하는 사업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은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기다. 우선 우량물건을 매입할 수 있도록 정부예산지원을 상향하고, 예산사전기획과 조사 등 매입임대주택 사업계획서를 보다 체계화하고, 사업단위별 타당성 평가와 사후 평가제도를 구축하는 등 매입임대주택사업 예산관리 효율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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