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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자 자격 있다"

법적권리 첫 인정

전원합의체 9대4로 원고 승소

"경제공동체, 이성부부 차이없어"

"민법상 '배우자' 해석과는 별개"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동성 커플의 상대방을 사실혼 배우자로 인정할 수는 없으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민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동성 결합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 인정해야 한다는 최초의 대법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라며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봤다.



소 씨는 반려자 김용민 씨와 2017년부터 동거를 시작해 2019년 결혼식을 올리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다. 소 씨는 2020년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고 건보공단 역시 소 씨를 사실혼 배우자로 판단했다. 이후 공단은 같은 해 10월 해당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등록을 취소했다. 이에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2022년 이성 간 사실혼 배우자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소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건보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이 동성 부부를 이유 없이 차별해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결을 인정했다.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평등할 권리를 침해할 수 없으며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더라도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는 직장 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라며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간 결합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동성 동반자에 대해 민법상 ‘배우자’의 범위로 해석하는 문제는 별개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해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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