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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스토킹 살인 희생자 1주기… 교제폭력법 제정될까 [서초동 야단법석]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살인범 2심 30년 선고

피해자 유족 “교제폭력 관련 법안 통과 촉구”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관련 법안 발의

인천 스토킹 살인 2심 선고일인 1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여성의당과 유가족이 교제폭력범죄 법정형 상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부터 교제폭력에 관한 법안이 계속 국회에서 논의됐다 폐지됐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수많은 안타까운 목숨들이 사라져갔는지 제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살인범의 항소심 선고가 있던 지난 17일. 피해자 유족 중에 한 명인 사촌언니 A씨는 선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이예슬·정재오·최은정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원심인 25년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한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하고 범행에 사용된 칼을 몰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허망하고 비참하게 삶을 잃었다”며 “모친은 범행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자신의 딸이 죽어가는 현장을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족들과 직장 동료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고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원심이 선고한 25년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당일은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딱 1년이 된 날이었다. 피고인 B 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0분경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복도에서 전 연인인 C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을 말리던 모친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양손을 다치게 했다. 그는 B 씨를 상대로 지독한 스토킹 행위를 했다. 범행를 저지르기 전부터 B 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 이후 B 씨가 접근금지를 신청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을 행했다.



판결이 끝나고 A씨는 법정에서 나와 한동안 감정을 추스려야 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만족스러운 형량이란 있을 수 없다”며 “재판이 끝나면서 가장 허무한 것은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은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고 교제폭력 관련 법안 통과를 빨리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A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실효성 있는 교제폭력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여성의당은 “유가족의 칠여한 싸움 끝에 법원은 본 사건이 교제 관계를 배경으로 한 보복살인을 인정했다”면서도 “관련 법안의 부재로 가해자가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교제폭력 가해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피해자 요구를 반영한 실효적인 법 제정을 요구했다. 여성의당은 “지금도 교제 폭력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어쩌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국가는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것을 묵인하던 행위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교제폭력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지난 5월에 있었던 ‘강남 빌딩 옥상 살인 사건’을 비롯해 ‘거제 교제폭력 상해치사 사건’, ‘당진 자매 교제 살인 사건’ 등 교제폭력 범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애정에 기반해 친밀성을 유지하는 연인 간 폭력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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