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태극마크를 단 고교 2학년 학생에게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은 “분위기에 압도되고 무서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6년간 단단하고 고르게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이 됐다. 2024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종목에 출전하는 이도현(22·서울시청·블랙야크) 이야기다.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실내 암벽장에서 만난 이도현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머릿속에 오직 올림픽 생각뿐”이라며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가 막연한 꿈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막상 출전이 확정됐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꼭 나의 등반(모습과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이도현은 7월 현재 볼더링 세계 랭킹 3위, 리드 9위다. 콤바인(볼더링·리드 성적 합산)은 세계 8위다. 한국 선수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은 그는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대한산악연맹은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심 기대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콤바인과 스피드의 2개 종목으로 펼쳐지며 남녀부를 합쳐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이도현은 “볼더링 성적이 더 좋긴 하지만 스스로는 리드에서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마다 등반 스타일이나 장단점이 많이 달라서 독보적으로 잘하는 선수가 없다. 그래서 올림픽 때 내 기량을 보여주면 포디움에 오르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9년 선발전 1위로 처음 국가대표가 된 이도현은 최근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2022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볼더링 은메달, 지난해 IFSC 월드컵 볼더링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 세계선수권 볼더링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콤바인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올해 열린 파리 올림픽 예선 시리즈에서는 1·2차 대회 합계 랭킹 포인트 95점을 기록해 전체 1위로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도현의 아버지는 2020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끈 이창현 전 감독이다. 암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도현은 5살 때부터 클라이밍을 익혔다. “지금까지 운동을 계속한 이유가 올림픽 때문이었고 인생 목표도 올림픽 출전이었다. 평생 가져보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이 선수 생활의 최종 목표”라는 그는 “파리를 처음 가본다. 경기를 즐기면서 완벽한 등반을 한 뒤 꼭 기쁜 마음으로 에펠탑을 보러 가고 싶다”며 웃었다.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는 현지 시간 8월 5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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