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9구급대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제도(Pre-KTAS)’가 내년부터 민간이송업체 구급대원 등으로 확대된다. ‘응급실 뺑뺑이’의 해결방안으로 추진된 정책이지만 의료대란 속에서 실효성을 거두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최근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 교육 과정 개발’ 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제안 요청서에서 “2025년 비(非)119구급대원 대상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라며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제도 도입·시행에 따른 구급차 탑승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적정 교육이 요구된다”고 용역 발주 배경을 설명했다.
제도는 119구급대원 대상으로는 올 2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민간이송업체·산업체 등에 종사하는 비119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지만 아직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방청과 논의 등 시행규칙 개정까지 예상보다 다소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며 “이르면 3분기 내에 제도화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와 119구급대가 사용하는 중증도 분류 체계가 달라 의사소통에 차질이 생겨 응급환자 이송 수용률이 떨어지자 마련된 대응책이다. 소방청·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대한응급의학회는 2021년 12월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해 2022년 2차례 시범 사업을 거쳐 제도를 보완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올 2월 발표한 ‘한국형 병원전 응급환자 분류도구 시범사업 시행결과’ 논문에 따르면 2차 시범사업 결과 병원 전과 병원 응급환자 분류제도 단계(경증군·중증군)가 일치한 비율은 1만 751건 중 5993건(55.7%)이었다. 반면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를 통해 경증군으로 분류됐으나 병원에서는 중증군으로 분류된 환자는 126명(1.2%)인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시범사업보다 0.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다만 법 개정과 의료기관과의 협력 체계 등 제도화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기존 119구급대원들도 제도 시행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병원에서 관련 응급실 인력이 부족해 구급대원들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더라도 병원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무용지물인 실정”이라며 “‘빅 5’ 병원조차도 아직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지 않아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증도 분류 일원화에 앞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응급실 운영에 파행이 빚어지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전공노 소방 관계자는 “의료대란 이후 지방에서는 경남의 응급 환자를 대전까지 이송하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로 이송 지연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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