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수도 텔아비브에서 다수의 사상자를 낸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친(親)이란 후티 반군의 본거지가 있는 예멘을 직접 공격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양측이 서로의 본토를 폭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란 중심의 ‘저항의 축’에 속한 무장 조직들도 잇따라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중동 분쟁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20일(현지 시간) 후티 반군이 점령한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3명이 사망하고 최소 8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호데이다는 홍해를 접한 항구로 후티 반군이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 공격으로 호데이다항 인근 유류 탱크 등 정유 시설과 전력 발전소들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전날 후티 반군이 드론을 발사해 텔아비브 시내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자 하루 만에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최근 후티 테러 정권이 이스라엘에 수백 차례 공격을 가한 것에 대응해 호데이다항의 군사 목표물을 전투기로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이번 작전을 ‘롱암(long arm)’으로 명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호데이다항을 합법적 군사 목표물로 칭하며 후티 반군의 무기 반입을 막고 재정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공습에는 F-15, F-35 등 최소 12대의 전투기가 동원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는 것을 적들에게 분명히 알려줬다”며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면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습 계획을 미리 공유받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정부는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후티 반군은 즉시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무함마드 압둘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항만 외에도 민간 시설들을 노렸다”며 “이스라엘과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또한 전날 텔아비브 아파트를 타격한 드론에 대해 “요격 시스템과 레이더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다른 지역을 다시 목표로 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스라엘군은 후티 반군의 드론이 자체 방공망에서 탐지되지 않은 이유를 조사 중이다. 후티 반군은 이날 이스라엘 최남단 도시 에일라트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요격됐다.
가자지구 전쟁이 일어난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후티 반군이 상대국의 본토를 타격하면서 이란의 후원을 받는 반(反)이스라엘 무장 세력인 저항의 축이 본격적으로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호데이다를 공격한 후 레바논 남부 아들룬에 있는 헤즈볼라의 탄약 창고 2곳 역시 폭격했다. 레바논 무장 조직인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과 드론, 로켓포 수십 발을 주고받는 등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하마스 역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남부의 군 주둔지를 향해 40여 기의 발사체를 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발사체 대부분이 요격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와 시리아 등 다른 친이란 무장단체들 역시 이스라엘 공격에 나서며 확전 위협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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