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거래 질서 확립을 목표로 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19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률의 가장 큰 특징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손해배상 규정 등을 담고 있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은 해당 법률 시행에 따라 법률전문가들에게 투자자·사업자가 우선 짚어봐야 할 부분에 대해 물어봤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조항으로 지급 여력 확보 등 보호 규정을 꼽았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는 이상 거래 등 감시 규정에 주요 체크 포인트로 제시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양형기준 설정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지만, 충분한 판례가 쌓인 후 신설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신중론’을 보였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미래금융전략센터 변호사·신병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이보현 법무법인 화우 가상자산불공정거래대응팀장(파트너 변호사)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상자산 투자자·사업자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주요 조항으로 보호·처벌 규정이 주로 제시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1조에 명시한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시장 투명성·건전 거래질서 확립 등을 주로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파트너 변호사는 “그동안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이 특정 세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의심을 가지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지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며 “(해당 법률에) 불공정거래에 대한 손해배상 조항이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 대표 변호사도 “불공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이 생긴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가산자산사업자 뿐 아니라, 투자자도 규제 대상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 의무를 규정한 해당 법률 제12조와 이용자 위탁 가상자산에 대한 실질 보유 의무를 담은 제7조 2항이 중요할 듯 보인다”며 “불공정거래가 사후 적발될 경우 과태료 뿐만 아니라 현장 검사, 행정제재 등도 받을 수 있어 이상거래 상시 감시 의무 이행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양형기준 설정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가상자산이 지닌 특성상 별도의 양형기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판례가 쌓인 뒤’라며 급히 서두르기 보다는 추이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 파트너 변호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07년 4월 27일 출범 이후 각종 죄명에 대한 합리적 양형기준을 발표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제정해 법원 재판 시 일관적이지 않은 양형 선고가 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파트너 변호사·김 변호사는 “사례가 축적되거나 위법 행위에 대한 유형화가 이뤄진 후 양형기준 신설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기명으로 이뤄진 추가 입법 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이 쏟아졌다. 대표적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가상자산 발행·사업자 유형의 다양화하고, 규제 시 기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 발달에 따라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산업에 대한 규제와 증권성 여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점도 미비한 부분으로 꼽혔다. 여기에 법률이 아닌 행정 지도 형태로 금지돼 있는 가상자산공개(ICO)에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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