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굴려줄 테니 투자하라”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으로 접근해 고향 친구 80여 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고향 강화도를 근거지로 대전, 서울 등 타지에서도 지인들을 동원해 사기 행각을 벌여 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피해자 인원만 100명이 넘고 피해 원금은 250억 원에 달한다.
2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강화경찰서는 강 모(31)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 초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상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첩보와 별개로 피해자들의 고소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올 5월 강화경찰서에 강 씨를 고소한 피해자 A 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주변 지인만 50명에 달한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강화도 내 피해자 수만 88명”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초중고 동창 등 오랜 고향 지인들을 주요 먹잇감으로 삼았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그는 “운영하고 있는 휴대폰 가게 상황이 어렵다” “돈을 굴리고 있는데 3개월만 투자하면 연 20% 이자를 챙겨주겠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인들에게 접근했다. 피해자가 돈이 없다며 거절해도 대부 업체를 알선해주면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면 매달 높은 이자를 챙겨주겠다”고 유도했고 초반 몇 개월간은 이자를 내주다가 이후 연락을 회피하는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오랫동안 알던 형이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동네인 만큼 사기를 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며 “최대 4억 5000만 원을 뜯긴 지인도 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서울과 대전에서도 지인들을 중간책으로 심어 사기 행각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에서도 현재까지 피해자 20명, 30명가량이 경찰에 강 씨를 고소한 상황이다. 대전에서는 유성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며 서울 영등포경찰서에도 올 초 고소장이 접수됐으나 최근 강화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
현재까지 세 지역에서만 발생한 총 피해 원금은 250억 원으로 파악되지만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A 씨는 “강 씨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입금을 유도한 경우도 있어 피해 금액은 더 클 것”이라며 “강 씨가 현재 ‘고소를 하지 않는 순서대로 돈을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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