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고와 하동여고 학교 통폐합이 하동육영원 이사회 벽을 넘지 못해 물 건너갈 위기에 놓였다.
하동여고 학교법인인 하동육영원 이사회는 지난 22일 하동여고에서 이사 7명과 감사 2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하동고와 하동여고 통폐합 안건인 ‘하동여고 계속 운영 여부’를 비공개 심의하고 부결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경남교육청과 군 관계자도 학교를 찾았으나, 이사회 반대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이사회가 열렸으나 통폐합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미룬 바 있다.
앞서 두 학교 통폐합과 관련해 도교육청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68%가 통폐합에 찬성한다고 답한 바 있다. 공립학교 간 통합은 60% 이상 학부모 찬성만 있다면 교육감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으나, 사립학교는 사립 학교법인 이사회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동여고처럼 사립 학교법인 이사회가 통폐합 안건을 부결했다면 행정이 더 진행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도교육청은 하동육영원이 부결된 안건을 다시 한 번 다룰지, 재상정한 안건을 가결하진 않을지 당분간은 지켜본다는 태도다.
통폐합 안건 재상정 과정에서 학부모 설문·동의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는 없다. 다만 하동여고가 그동안 사립학교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을 이유로 통폐합에 꾸준히 반대한 만큼 안건 재상정·가결 전망은 밝지 않다.
하동육영원 이사회 부결 결정을 두고 그동안 학교 통폐합에 찬성해왔던 하동지역 학부모와 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성연 하동군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은 “하동육영원 이사들을 비난하는 학부모들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 시위 등을 통해 하동여고 문제점이나 학생들이 받는 불이익을 제대로 알리는 등 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승철 군수도 "고교 통합에 대한 학부모와 군민 간절함이 하동여고 관계자분들께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고교 통합을 발판 삼아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하게 된 점 군민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안견 부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통폐합 추진 대신 하동고 환경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하동고는 13학급 224명, 하동여고는 9학급 135명 규모다. 하동군 전체 고교 입학자원(중학교 졸업생)은 올해 262명이었으나 9년 뒤에는 122명(현 초등학교 1학년 재학생 기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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