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양자 가상 대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지르는 등 ‘트럼프 대세론’을 흔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확연히 대비되는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선거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 기세가 지속될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22~23일 등록 유권자 1018명을 상대로 실시해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양자 가상 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42%)을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앞선 수치다.
같은 기관의 이달 1~2일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포인트 우세했으며 15~16일 조사에서는 양측이 44%의 동률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뚜렷한 셈이다. 특히 제3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는 해리스 42%, 트럼프 38%, 무소속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8% 등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민주당 슈퍼팩 ‘프라이어리티 USA’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합주의 18~34세 유권자들이 대선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5%포인트 증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대선 후보로서 사실상 첫 유세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로 부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자유롭고 법이 지배하는 미국을 위해 적합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와 연민·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과 공포·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날 유세는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참석하려는 신청자가 많아 한 차례 장소가 바뀔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로써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48시 간 안에 대선 후보 선출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과 당 지도부의 지지를 모두 이끌어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도 24일 대국민 연설에 나서 ‘해리스 지지’를 재차 선언할 예정이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돌풍을 ‘허니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유권자들은 다시 바이든의 부조종사로서 해리스의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의 토론을 반기면서 “그들(바이든과 해리스)은 똑같은 정책이기 때문에 그도 (나와 토론하고 나면) 별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불법 이민과 인플레이션 문제에서 바이든과 해리스가 공동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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