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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고 거래 시장을 더 키우는 방법

이채호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선입금 후배송'과 정보 불균형 탓

거래 불확실성, 구매자 불안 키워

결제·환불 걱정없게 해야 지속가능

가치 선순환 위한 플랫폼 역할 중요

이채호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중고 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08년 4조 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 시장은 2025년 43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 거래가 고속 성장하는 데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크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소득은 정체되다 보니 새 상품보다 질 좋은 중고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속 가능성을 이유로 중고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눈에 띈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2%가 중고 거래를 하는 주요 이유로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을 꼽았다. 이에 더해 한정판, 단종 상품 등 신상품 시장에는 없는 ‘희귀템’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며 중고 거래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역할도 크다.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중고 제품이 확보됐고, 타 지역 거주자와도 택배로 손쉽게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설문 조사에서도 중고 물품 구매 이유로 ‘최근 중고 거래가 쉽고 간편해져서’가 2위를 차지하는 등 플랫폼 사용의 편리성은 중고 거래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중고 거래가 더욱 큰 사회적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단계가 있다.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 중고 거래에서 ‘거래 결과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크게 느낀다. 이미 사용된 물건이 거래되는 만큼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는 ‘정보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판매하는 쪽에서는 상품의 사용 기간, 결함, 배송 시점 등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오로지 판매자의 설명에 의존해야 한다. 중고 거래 시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7.5%가 ‘중고 거래에서 사기를 당할 위험이 높다’고 생각하며 49.1%는 ‘판매자의 제품 설명과 실제 제품 간 차이가 클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정보 불균형 문제는 다양한 불편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송금을 완료한 후 판매자의 회신이 늦으면 구매자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중고 구매자라면 선입금 후 물건이 올 때까지 불안에 시달린 적이 있을 것이다. 또 구매 당시 몰랐던 결함이 발견되는 것도 정보 불균형 문제 중 하나다. 예상과 다른 물건을 받아도 송금한 뒤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닌 이상 환불이 어렵다. 이러한 거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고 산업이 축소되면 사회적 효용 및 선순환의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든 물건의 재고가 1개’인 중고 거래 시장은 일반 상거래와 달리 판매자 중심이어서 구매자의 권익이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다. ‘선입금 후배송’ 관행과 거래 당사자 간 ‘정보 불균형’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소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막연하다. 중고 거래가 일상화된 오늘 왜 우리는 아직도 마음껏 안전하게 거래할 수 없을까. 소비자뿐 아니라 플랫폼 및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고 거래도 일반 쇼핑과 같이 결제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환불은 걱정 없는 형태가 돼야 한다. 중고 거래 참여자 모두가 합리적인 구매와 판매를 경험할 때 비로소 이 시장은 가치의 선순환을 이루고 사회적 효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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