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라해 보이길 원치않아”
한국의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초저출산과 수백만원대 유아용 몽클레어 패딩이 유행하는 현실에 외신들도 주목했다.
25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소비 성향을 보도했다. 이어 “서울에서 백화점이 문을 열었을 때 새로운 품목을 가장 먼저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밤을 새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소비 사례도 소개됐는데 경기도 동탄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4살 딸을 위해 티파니에서 78만원대 은목걸이를 구입했다. 18개월 된 딸을 위해선 38만원대 골든구스 구두를 샀다. 몽클레어 패딩과 셔츠, 버버리 드레스와 바지, 펜디 가운과 신발 등 다른 명품들도 다수 구매했다.
김씨는 FT에 “아이들이 결혼식, 생일 파티, 음악 콘서트에 갈 때 초라해 보이지 않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그런 옷이나 신발로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다면 가격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FT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자녀의 사치품에 많은 돈을 쓰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낮은 출산율 및 소가족화, 과시욕, 소득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리사 홍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컨설턴트는 FT에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명품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과시하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은 하는데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 컨설턴트는 “많은 가정에서 자녀를 1명만 낳기 때문에 자녀에게 최고가 제품을 선물하면서 첫 명품 소비 연령대를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고급 아동복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3곳 중 하나로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를 초과하며 중국·터키에 이어 그 다음으로 높았다.
이종규 디올코리아 전 대표도 FT에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한국인들은 남들의 눈에 띄고 싶어한다. 명품은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이 됐다”며 “몽클레어 겨울 패딩은 10대 청소년들의 교복이 됐다”고 말했다.
FT는 3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서도 지난해 아동용 명품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모두 기록했다고 전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고급 아동용 브랜드 매출이 각각 15%, 27% 증가했고,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아동용 품목의 매출이 25% 늘었다고 FT는 소개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2022년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몽클레어, 보테가 베네타, 버버리 등의 전 세계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마저도 올해 6월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다 높게 나오는 구조적인 요인 중의 하나로 한국인들의 명품 선호가 물가 억제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당시 이 총재는 “우리나라처럼 한 브랜드가 유행하면 모든 사람이 다 사는 나라는 드물다”고 세태를 꼬집은 바 있다.
FT는 “비싼 선물을 받으며 자란 젊은 한국인들은 높은 주택 가격에 좌절하며 사치품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들은 BTS부터 블랙핑크까지 K팝 스타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영입하며 2030대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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