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가 고객들에게 순차적으로 환불을 해주는 것과 달리 티몬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25일 오후 고객 100여 명이 사무실을 점거했다. 티몬 사무실에서 피해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이며 기업회생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되자 고객들은 “내부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티몬 고객들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티몬이 입주한 JK타워 외부에서 환불을 요구하다가 사옥 내부로 진입을 강행해 사무실 한 개 층을 통째로 점거했다. 이들은 회의실 내부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감시팀 직원, 경찰 관계자, 티몬 직원 등 6명 모두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통 방어하는 한편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건물 밖으로도 수백 명이 환불을 받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 내 커피 원두와 종이컵, 전자기기 등 비품을 가져가려고 시도했다. 피해 고객들은 “내 돈 800만 원을 뜯겼는데 이거라도 가져가야 하지 않겠냐”면서 쇼핑백 등에 비품을 쓸어 담았다. 다만 비품을 훔치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도 있다는 경찰의 경고에 실제로 가져간 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티몬 직원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고 두고 간 업무용 다이어리 등을 펼쳐보며 “직원들은 이번 사태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사전 고지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실제로 6월쯤부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는 “컨트롤타워 부재,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회생 고려, 직원 처우 불안”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또 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에 따른 피해액이 티몬만 5000억~7000억 원에 달하는 등 1조 원 이상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고객들은 직원들의 컴퓨터를 열어보려고 했으나 모니터만 남아 있을 뿐 본체는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현장 조사를 위해 티몬 사무실을 찾은 공정위 조사관들은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고객들에게 둘러싸여 3시간가량 회의실에 갇혀 있던 공정위 관계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티몬의 전자상거래법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피해 규모 등이 확인돼야 혐의를 살피고 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위메프 본사 사무실과는 180도 다른 풍경이다. 앞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이날 자정부터 직접 본사에 출근해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환불 접수를 돕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티몬 사무실에서는 환불 절차가 진행되기는커녕 성난 소비자들을 대응할 직원조차 없었다.
다만 류광진 티몬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45분쯤 보도 자료를 통해 “피해 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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