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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발톱무좀 앓던 K군 웃게 한 희소식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덥고 습한 장마철이면 손발톱 무좀 더욱 기승…치료제 시장은 호황

손발톱 무좀 치료제 선두 ‘주블리아’ 특허장벽 허문 제네릭 속속 등장

오리지널약 판매사 동아에스티, 제네릭 제품과 경쟁 대비 약가인하

이미지투데이




“웬일이야. 로또 당첨이라도 됐어?”

오랜만에 모인 지인들과의 술자리. 1차 식사를 마치고 인근 호프집으로 이동해 2차 술자리까지 가진 후 정산을 하려는데 K군이 ‘1차는 제가 내겠다’고 나서더라고요. 카풀을 하면 주차요금도 N분의 1로 분담해 짠돌이로 소문난 K군이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1차를 계산한다고 하니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죠. 마침 귀가 방향이 비슷해 택시에 동승한 저는 끈질긴 취재 끝에 내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주식 투자로 조금 재미를 보긴 했는데 그보다는 손발톱 무좀 때문에 꾸준히 처방을 받아 온 약 가격이 많이 내려서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깔끔한 외모의 소유자인 K군이 지긋지긋한 손발좀 무좀에 제법 오래 시달려 왔다는 건 저를 포함해 몇 명만 아는 비밀이거든요.

손발톱 무좀은 흔히 손이나 발에 무좀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손발톱으로 전파돼 감염을 일으키는 피부질환입니다. 곰팡이에 속하는 피부사상균의 일종인 ‘적색 백선균(Trichophyton rubrum)’이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좀이라고 하면 발을 잘 안 씻어서 생긴다거나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가벼운 질환이라고 여기기 쉬운데요. 어디까지나 편견입니다. 증상을 방치하면 손발톱 형태가 변하고 피부에 염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죠.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는 무좀균이 증식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K군처럼 손발톱무좀을 고질병으로 앓고 있는 이들에겐 두려운 시기죠. 건조한 봄철에는 조금 나아졌나 싶다가도 장마철만 되면 발가락이 간질간질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실제 피부과에도 7~8월에 손발톱 무좀 환자가 몰린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을 찾으면 흔히 균에 감염된 손발톱에 발라서 사용하는 국소도포제를 처방해 줍니다. 물론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있습니다.

동아에스티의 주블리아(왼쪽)와 대웅제약의 주플리에 제품사진. 사진 제공=각사.




국내 무좀약 시장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합쳐 연간 3300억 원의 매출을 형성한다고 해요. 시장 규모가 제법 크죠? 그 중 에피나코나졸 성분의 국소도포제 ‘주블리아’가 선두를 달려 왔습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주블리아는 작년 한해 동안 318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주블리아는 본래 일본에서 개발된 전문의약품입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일본 카켄제약이 2014년에 개발한 주블리아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이듬해 성수기를 겨냥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당시에는 바르는 손발톱 무좀 치료제 중 유일한 전문의약품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편견 덕을 봤는지 몰라도 주블리아는 간독성이나 기존에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 문제로 경구제 복용에 부담을 느꼈던 환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먹는 약 못지 않은 효과와 안전성,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손발톱 무좀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죠.

약값 인하를 운운하는 걸 보니 K군이 수년간 처방을 받았다는 약도 주블리아인 모양이더라고요. 발매 이후 국내 무좀치료제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블리아의 제네릭(복제약) 시장이 열리면서 최근 가격이 17%나 인하됐거든요. 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까지는 아직 기한이 꽤 남았는데 몇몇 국내 제약사들이 특허 장벽을 허무는 데 성공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 제품들을 출시했습니다. 대웅제약(069620)은 올 2월에 에피나코나졸 성분의 제네릭 제품 ‘주플리에’ 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휴온스(243070)가 ‘에피러쉬외용액’을 출시했고 제뉴원사이언스, 오스코리아제약 등이 이달 들어 또 다른 제네릭 제품의 허가를 받았죠. 동아에스티가 경쟁 제품들과의 가격차를 좁히기 위해 약가를 자진 인하한 겁니다. 비급여 제품이라 약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 병에 7만 원이 넘던 약이 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K군의 기분이 좋았을 법도 하네요. 제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이 저렴해지니 제네릭 의약품 제도의 순기능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K군이 모처럼 한턱 크게 냈으니 저도 제네릭 덕을 본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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