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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방 오래 쓰면 눈치 보인다” 소아외과 의사들의 하소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6일 심포지엄 개최

소청과 외과계열, 고강도·고난도·고위험 업무환경

저수가 현실에 “수술할수록 적자…기피현상 심화”

임병건 대한소아마취학회 회장이 26일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 중이다. 안경진 기자




“성인 환자 당직만이라도 안 섰으면 좋겠습니다. ”

“병원에서 실적 눈치 좀 보지 않고 진료 볼 수 없나요?”

“거점병원을 만들어 한 병원에 소아외과 계열 의사가 5명이상 근무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

김현영 대한소아외과학회 고시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외과 교수)이 26일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학회 회원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고생한 데 대한 보상책이라곤 “온콜(호출당직)에 대한 보상을 의무화해달라”는 의견 정도였다. 대다수는 본인의 전공 분야인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보장받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최근 기피과로 전락한 소아청소년과 외과 계열 의사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아외과계 학회와 연구회 등이 참여하는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이날 서울대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소아청소년 수술 관련 수가가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강도와 위험도·난이도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 관련 수술은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진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소아외과 기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이 청중석의 의견을 듣고 있다. 안경진 기자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대한소아외과학회와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소아심장수술연구회 등 국내 소아 수술 관련 8개 학회의 임원진들로 구성된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소아외과 계열 진료과는 대부분 현장에서 활동 중인 의사가 전국적으로 5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소아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 환자에 대한 수술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어든 데다 수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 보니 성인 수술에 투입돼 적자를 메우고 있는 탓이다. 소위 인기과로 불리는 성형외과도 안면기형 수술을 주로 담당하는 소아성형외과는 전문의가 전국적으로 20명이 되지 않았다. 이비인후과의 경우 소아 기도질환 관련 검사나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전국을 통틀어 2~3명에 불과했다.

소아심장 분야 명의로 알려진 김웅한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상임 대표(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저 역시 소아보다 성인 심장수술을 더 많이 한지 오래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아외과 계열 수술이 병원에서 찬밥 신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왜곡된 수가체계에서 찾았다. 단적으로 기도질환 관련 내시경검사를 했을 때 스위스에서는 2000만 원이, 한국은 30만 원이 지급된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지원자가 늘어날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현장 의사들은 “국내 의료체계가 소아청소년 수술의 난이도나 위험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본적으로 외과수술 관련 수가가 성인 환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아외과 계열은 저평가된다는 지적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일반 성인 환자에 비해 훨씬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건강보험재정의 한계를 고려할 때 소아 의료체계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창호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정형외과의 경우 수술료가 철저하게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소아정형외과 수술 중에는 진료코드조차 없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삭감도 잦다"며 "교수,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진 7명이 투입돼 10시간 가까이 수술을 하고도 청구 수술료의 3분의 2 이상이 삭감되면 허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가가 낮아 병원 수익에 보탬이 되질 않으니 수술이 길어질수록 눈치가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임병건 대한소아마취학회 회장(고대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붕괴 위기에 봉착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281개 고위험·고난도 소아 수술에 대한 소아 연령가산을 인상하는 등 다양한 보상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체감도는 낮다”며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사망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을 법제화하고 온콜 수당, 수술 전 환자 평가 수가를 신설하는 등 소아 마취, 수술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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