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중국·일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과 연쇄 회동을 하고 북한의 복합 도발을 규탄하며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를 비판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조 장관은 27일까지 현지에서 북러 밀착을 규탄하는 여론전을 펼칠 예정이다.
조 장관은 26일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40분간 회담을 진행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처음 열린 회담에서 우리 측은 북한이 복합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해나가며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왕 부장도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의 반응에 진전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을 봐야 한다”며 “북러 밀착(평양 정상회담) 이후 세 번째로 한중 고위급 교류가 이뤄졌고, 교류마다 중국의 반응이 상이할 수는 있지만 방향성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중 양국 장관은 고위급 소통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조 장관은 “한중 관계가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왕 부장 또한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을 계기로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했던 외교부 주도의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도 하나씩 재개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일 외교 수장이 회담을 하는 것은 올 2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대면한 후 다섯 달 만이다. 조 장관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함께 협력하고 연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고 가미카와 외무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일한 간 공조는 더욱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아세안 10개국 외무장관을 만나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수립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은 10월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과 파트너십을 CSP 수준으로 격상할 예정이다. 호주·중국·미국·인도·일본에 이어 여섯 번째로 아세안과 CSP를 체결하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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