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골자로 한 ‘2024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법 권력을 쥐고도 오락가락하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상속세 완화, 주주환원 촉진 세제 도입 등은 집권 초부터 이어져온 부자 감세”라며 “금투세 폐지 역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5년간 금투세 5억 원 면제,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완화 등 감세론을 연일 펼친 것과는 결이 다른 입장 표명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금투세 시행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투자가들은 보유 자산 처분을 놓고 고민에 빠졌고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개발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정치적 셈법에 따라 세제 개편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기 일쑤였다. 지난 대선 때는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공약했지만 선거에서 패배하자 질질 끌다가 반쪽짜리 합의를 해줬다.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공전하다가 법안 발의 1년여 만인 올해 2월에야 일부 관련 내용만 통과됐다. 그사이 정부 발표를 믿고 분양받은 예비 입주자들은 대혼란에 빠졌고 ‘부담금 폭탄’을 우려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사업을 중단하면서 도심 아파트 공급난이 심화됐다. 올해 4월 총선 이후에는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먼저 종부세와 상속세를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다 민주당 내 반발이 거세지고 대통령실이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자 ‘부자 감세’라고 공격하는 실정이다.
세제는 실생활과 밀접하고 증시·부동산 등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형평성과 합리성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를 막고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갖추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책임 있는 수권 정당이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변죽만 울리지 말고 조속히 당론부터 정해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조세는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개편 방안 역시 국민 편가르기가 아니라 주거 안정과 경제성장 촉진에 맞춰져야 한다. 거대 야당이 진정 민생을 생각한다면 정부·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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