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가 파리 올림픽 사격장에서 ‘슈팅 코리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한국 선수단 전체의 첫 메달이 사격에서 나온 데 이어 한국 선수 둘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따냈다.
28일(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 파리에서 300㎞나 떨어진 이곳에서 오예진과 김예지가 금메달을 놓고 마지막 두 발의 결투를 벌였다. 오예진이 222.6점, 김예지는 0.8점 뒤처진 221.8점. 한국 팬들에게는 누가 이기든 기분 좋은 승부였다.
김예지가 첫발에 9.7점에 그친 사이 오예진은 10.0점을 쏴 1.1점으로 격차를 벌렸고 마지막 발에 10.6점을 명중했다. 243.2점을 기록한 오예진은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까지 썼다. 김예지는 241.3점으로 은메달. 서로를 끌어안은 둘은 한국 사격에서 나온 12년 만의 올림픽 동반 금·은메달을 자축했다. 2012년 런던 대회 50m 권총의 진종오(금)·최영래(은) 이후 꼭 12년 만이다.
공기권총 10m 결선은 먼저 8명의 선수가 10발을 쏘고 이후 두 발씩 쏴서 최저점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이다. 한 발당 만점은 10.9점. 오예진은 첫발부터 10.7점을 쏴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더니 10.8점과 10.2점, 10.6점까지 4발 연속으로 10점대를 이어갔다. 이후 잠깐 주춤한 사이 김예지가 치고 올라가 10발까지 마쳤을 때 오예진이 101.7점으로 1위, 김예지가 101.5점으로 2위였다. 한 명씩 탈락하는 12발 이후에도 둘만 1·2위를 주고받았고 인도의 마누 바커가 3위에 오르면서 숨 막히는 접전은 마무리됐다.
한국 사격은 대회 첫날인 27일 ‘연습 벌레’ 박하준, ‘엄마 사수’ 금지현이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데 이어 이날 동반 메달을 더해 대회 초반 금 1개, 은메달 2개로 메달 잔치를 벌였다.
개막식 장내 아나운서가 우리나라 선수단을 ‘한국(République de corée)’이 아니라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으로 소개하는 ‘대형 사고’에 한국 선수단은 어수선한 공기 속에 대회를 시작했지만 사격이 분위기 전환에 앞장섰다. 이날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는 17세 여고생 반효진이 올림픽 신기록(634.5점)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지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세운 632.9점. 대한사격연맹에 따르면 올림픽 사격에서 한국 선수가 대회 신기록을 세운 것은 반효진이 역대 세 번째다. 진종오 이후 8년 만이다. 본선을 1위로 통과한 반효진은 29일 오후 4시 30분 결선을 치른다. 오예진은 두 번째 메달을 노린다. 29일 예선이 시작되는 공기권총 혼성 경기에서 이원호와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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