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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게 해달라" 호소에도 손발 묶고 방치…"방송 출연 정신과 의사 병원서 환자 사망"

사진 제공=유족 측·연합뉴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 중인 병원에서 환자가 방치된 끝에 숨졌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9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오전 3시 30분께 부천 모 병원에서 30대 여성 A씨가 숨졌다. 5월 10일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지 17일 만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시신 부검을 진행한 뒤 "가성 장폐색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A씨는 입원 후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간헐적인 복부 통증을 보였고 사망 전날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은 "병원 측이 건강 상태가 나빠진 A씨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지난달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병원 의사 B씨 등 의료진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A씨의 친오빠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라 믿고 동생을 맡겼지만, 동생은 미흡한 조치 속에 억울하게 숨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후 병원 측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와 진료 기록 등을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CCTV 영상 속 A씨는 격리실(안정실)에서 배를 잡은 채 문을 두드리며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들어와 안정제를 먹이고 A씨의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2시간 뒤 A씨는 배가 부푼 채로 코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자 결박을 풀어줬으나, 결국 의식을 잃고 숨졌다.



사망 당시 영상에는 병원 측의 응급조치 장면도 담겨있었다. 직원들은 A씨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뒤 맥박을 재고 손발을 주무르다 5분 뒤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다. 환자가 계속 의식을 찾지 못하자 20분쯤 지나 제세동기를 썼다.

병원 측은 A씨가 만성 변비 환자인 데다 계속 복통 호소를 한 게 아니어서 장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고 사고 당일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경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각각 조사한 뒤 의료 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병원 측 행위가 A씨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CCTV 영상이 삭제됐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선 "이벤트 녹화 방식이라 누락된 부분이 있었던 것"이라며 "디지털 포렌식 결과 고의적인 삭제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후 법리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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