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0연패 신화를 완성한 한국 여자 양궁의 최대 강점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다. 특히 '맏언니' 전훈영은 결승전에서 평균 분당 심장박동수 70~80회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기량을 뽐냈다.
임시현(21), 남수현(19), 전훈영(30)으로 이뤄진 양궁 여자 대표팀은 28일(현지 시각)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5대4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양궁 단체 종목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으며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결승 당시 한국은 1세트와 2세트를 먼저 따내며 일찍이 승기를 잡았다. 3세트, 4세트에서 중국의 반격을 허용했지만, 이어진 슛오프에서 10-9-10점을 명중시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맏언니' 전훈영의 침착함이 빛났다. 대표팀이 4세트 동점을 허용했지만, 전훈영은 분당 심박수 76회를 유지하며 10점을 쐈다. 분당 심박수 60~100회는 성인이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수준이다. 전훈영의 심박수는 경기 내내 세자릿수를 넘기지 않았다. 반면 중국 안취시안의 분당 심박수는 최고 108회까지 올라갔다.
총 9발의 화살을 쏜 전훈영은 2~3세트를 제외하고 슛오프까지 모두 10점을 명중했다. 2~3세트에서도 8점 한 발을 제외하면 모두 9점을 올리면서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10연패를 이끌었다.
전훈영은 어떻게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체계적인 개인별 맞춤 훈련이 있다. 한국양궁협회는 2019년 6월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박수 중계 기술을 테스트하자 일찌감치 이를 국내 훈련 환경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회장사인 현대자동차 이노베이션 부서와 함께 센서 착용 없이 영상 카메라로 심박수 측정을 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고, 2021년 초에는 완성된 시스템을 대표팀 훈련에 도입했다.
양궁 대표팀은 심박수 측정 시스템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훈련을 진행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프로축구 전북 현대 홈구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번 올림픽에서도 명궁들의 강심장은 유독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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