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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해리스의 강점 ‘검찰 출신’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경찰’이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주의 좌파는 그녀의 경력을 물고 늘어졌다. 이번엔 그녀가 지닌 배경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공화당은 해리스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는다면 그것은 단지 정체성 정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남아시아계 흑인 여성으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추구를 뜻하는 ‘DEI’나 소수계 우대조치인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혜택을 본 케이스에 해당한다. 물론 그녀가 지닌 이런 특징은 민주당의 지지를 굳히는데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이와는 별개로 그녀의 이력은 현 시점에 적합한 한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해리스는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이자 민주당의 최대 취약점인 범죄 문제에 강하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카운티에서 아동학대범과 인신매매범을 추적하며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이 당파색에 물들지 않은 조금 더 건전한 사회라면 아동성매매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는 큐어넌(트럼프를 지지하는 음모론 집단) 추종자들은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어울리던 트럼프보다 해리스를 지지해야 마땅하다. 설사 음모론 집단의 광신도들까지 설득할 수는 없을지라도, 해리스의 구원등판으로 큐어넌의 온건한 중도파를 민주당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가능하다.

검사로서 승진을 거듭하며 샌프란시스코 지역 검사장에 이어 캘리포니아 주법무장관에 선출된 해리스는 법집행당국이 역사적으로 부당하게 취급해온 인구집단의 일원으로서 ‘형사 사법개혁’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실질적인 입장은 기존의 여러 개혁안과 상대적으로 미묘한 차이를 보였고, 종종 가해자 처벌보다 범죄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이로 인해 해리스는 후일 경찰 예산삭감 운동을 주도한 극좌파와 갈등을 빚었다.

해리스는 진보주의자들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곤 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그녀는 ‘학교는 더 많이, 교도소는 더 적게 짓자’는 그들의 슬로건을 점잖게 꾸짖었다.



“개념적으로 그 구호에 동의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은 내가 집 정문에 세 개의 자물쇠를 설치해야만 하는 이유를 살피지 않았다. 형사 사법정책 개혁을 위한 토론은 범죄는 언제건 반드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폭력범죄와 중범죄에 대해서는 심각하고 엄격하며 신속한 결과가 따라야 한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같은 입장은 2020 대선 예비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그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진보주의자들은 해리스를 캘리포니아 주 전체를 교도소로 만드는데 미온적으로 반대하거나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종잡을 수 없는’ 검사라고 비난했다. 그녀는 그저 개혁가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뿐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흑인의 피가 흐르는 그녀는 ‘반 흑인주의’ 정치인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카멀라는 경찰’이라는 프레임은 그녀의 대권 도전을 초반에 끝장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부채가 지금은 자산이다. 범죄와 안전은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에 속한다. 게다가 유거브 여론조사에서 양당 가운데 어느 쪽이 범죄관련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한참 뒤처져 있다고 답했다.

근년 들어 전국적으로 폭력범죄가 크게 줄어들었고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올해 살인사건 발생건수가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도 유권자들은 범죄 문제에 관한한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간 살인사건 발생률 또한 트럼프 재임기에 기록된 최저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권자들은 통계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보았듯 강력한 기록이나 인기있는 정강을 갖고 있는 것과 그로 인해 지지를 받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별개의 사항이다. 바이든의 정책은 적어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는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정책 내용을 직접 알리는데 약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이 대선후보 사퇴를 발표하기 전에 실시된 유거브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구체적인 통계치에도 압도적인 차로 해리스보다 트럼프가 범죄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 해리스의 과제는 범죄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는 한편 자신의 강점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리는 유능한 세일즈우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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