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처럼 말을 배워서 퇴근 후 편하게 소주 한잔하고 싶어요. 같이 일하면서도 언어가 달라 사적인 대화를 거의 못해요. 정부가 저희들이 말을 배울 수 있는 지원을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29일 경기 시흥시에 있는 금형자재 제조업체인 ‘굿스틸뱅크’ A 부장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렇게 건의했다고 한다. 이 장관과 고용부 실무자, 안전보건공단 담당자는 ‘화성 화재 사고’ 이후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이날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굿스틸뱅크 근로자 47명 중 외국인 근로자가 19명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일하기 위해 베트남과 미얀마, 필리핀에서 왔다. 이 중 외국인 근로자 6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들에게 이 장관은 정부와 기업에 건의 사항을 물었다. 서툴거나 답을 하지 못한 순간에는 B 상무가 그들의 고국어로 묻고 대신 답했다. 이렇게 진행된 간담회 말미에 A 부장은 “내국인 동료처럼 오늘 하루 어땠는지, 일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A 부장의 ‘질투’는 낯설다.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동료 문화였기 때문이다. 대다수 외국인 고용 사업장은 내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한 지붕 아래 ‘분리된 공간’에서 유대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러 번 놀랐다. B 상무는 이 장관에게 고용부의 중대재해 알림 메시지인 ‘사이렌’ 개선을 건의했다. 사이렌 방식은 발생한 사고를 하나의 그림과 문자로 오픈 채팅방에 전송된다. A 상무는 이 문자를 ‘동료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은데 문자 해석이 어렵다며 그림과 문자를 나눠 전송할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 안전을 위해 고민해야 나올 수 있는 ‘현장 건의’란 반응이 간담회 배석자들의 평가다. C 대표는 이 장관에게 여러 외국인 사업장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기적인 공동 행사가 가능한지 요청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3년 근로 후 귀국하는 게 원칙이다. C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영세해 자체적으로 행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일한 근로자가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고용부는 내달 화성 화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다. 이날 이 장관은 고용허가제 송출국가부터 입국 후, 고용 사업장까지 이어지는 안전교육 시간과 내용, 안전 교재가 부족한지 여러 차례 물었다. 이 장관은 “굿스틸뱅크는 외국인 근로자와 직접 소통하는 진심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며 “산재예방 정책과 지원 사업이 현장에 맞게 추진될 수 있는 소중한 사례”라고 간담회 시작 전부터 기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