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30대 남성이 한밤중에 이웃을 일본도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희생자는 40대 남성으로 9세·4세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30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거주하는 아파트 정문에서 약 80㎝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에 사는 4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A(37)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흡연 중이었던 피해자에게 일본도를 들고 다가가 시비를 걸었다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 도중 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본인 집으로 도망쳤으나 1시간 만에 붙잡혔다. 이웃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혼자서 욕설을 하거나 이웃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그는 국내 대기업에 다니다가 얼마 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산책 중 피해자와 마주친 적은 있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본인을 지속적으로 미행하는 스파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마약 투약 가능성을 열어놓고 간이 시약검사를 시도했으나 A 씨가 거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측은 “피해자 행적 확인, 가족 등 주변인 조사, 정신병력 여부 확인 등 폭넓은 수사를 할 계획”이라며 “31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 씨는 올해 초 관할 경찰서로부터 도검소지허가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돼 관련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단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 소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신체검사서만 제출하면 된다. 또 총포 소지자는 3년에 한 번씩 허가를 갱신해야 하지만 도검 소지자는 별도의 갱신 의무가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