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과 수출 지원 정책을 더욱 강력하고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10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면서 “제3, 제4의 수주가 이어지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성사된 체코 원전 수주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던 K원전 부활의 상징이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폭적인 수출 지원에 나서면서 원전 기업의 매출은 2021년 21조 6000억 원에서 2022년 25조 4000억 원으로 회복됐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총 5900억 원에 그쳤던 설비 수출액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망가진 생태계를 되살려 원전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인력난 해소가 시급하다. 국내 원전 인력은 2021년 3만 5000명대에서 2022년 3만 6000명대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탈원전 ‘혹한기’에 이탈한 인력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의 전공자 수는 2016년 22명에서 7년 연속 한 자릿수로 줄었고 올 1학기 입학생은 3명뿐이다. 이대로 가면 2030년 원전 산업 인력 공급은 4만 7000명으로 수요(5만 1500명)보다 4500명 부족할 것이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관측이다.
원전 산업 육성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한 법제화도 시급하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확보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은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원전 산업이 또다시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하려면 신산업 지원의 근거가 될 ‘원전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도 필수다. 기후변화 속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국이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면서 원전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원전을 반도체·자동차 등에 이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치열한 글로벌 전략산업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원전 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민관정이 원팀으로 뒷받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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