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 금융시장 내 투자처 사이에서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단기 고금리를 노린 현금성 자금은 7월 초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반대로 채권시장에는 투자금이 몰려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된 자금은 7월 넷째 주 기준 6조 1420억 달러로 직전 주의 6조 154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가량 감소했다. MMF는 주로 1년 미만의 국채에 투자하는 펀드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현금성 자산이다. 기준금리가 높으면 영향을 받는 단기국채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MMF의 수익률이 커지는 구조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5.25~5.5%에 이르면서 MMF 투자자들은 5% 안팎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MMF에 유입된 자금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직후인 2022년 4월 당시 4조 4700억 달러였지만 이후 급증해 올 7월 첫째 주 6조 155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상원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떠나는 모양새다.
자금 일부는 채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 정보 분석 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약 1500억 달러가 유입됐다. 연초 이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역대 최대 액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인 릭 리더는 “투자자들이 현금(MMF)에서 채권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며 “현금은 많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이제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둔화하는 점도 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에서 6월 한 달간 신규 채용 중인 일자리(job opening) 수가 818만 개로 전월(823만 개)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WSJ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810만 개보다는 많았지만 채용 감소 추세가 유지됐다. 특히 자발적 퇴사(qutting)는 5월 340만 명에서 6월에는 330만 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근로자들의 이직 자신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고용시장의 인력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 100%가 9월 FOMC에서의 금리 인하를 점쳤다. 그중 13.8%는 연준이 0.5%포인트를 조정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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