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취임과 동시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하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곧장 이 위원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며 정면 충돌했다. 야당은 새로 선임된 한국방송공사 및 방송문회진흥회 이사진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회적 ‘공기(公器)’인 공영방송과 미디어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재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영방송의 공공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며 이사진 선임 ‘속도전’을 예고했다.
방통위 회의 운영 규칙에 따르면 전체회의 안건은 48시간 전에 상임위원들에게 전달되고 24시간 전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부득이하고 긴급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새로 임명된 김태규 상임위원과 함께 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한국방송공사 이사 선임 안건을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야권은 이 같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는 모두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 ‘2인 체제’로 안건을 의결하는 것 자체가 방통위 설치법 위반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사 후보자에 대한 면접 등의 심사 절차를 생략한 점도 정상적인 선임 과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함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할 방침이다. 8월 1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즉시 보고한 뒤 표결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72시간 이내’인 2일이나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탄핵안 발의 이후에도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직무대행)은 자신들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자 곧장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됨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방통위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이라는 임무를 완수한 만큼 사퇴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이 직을 내려놓지 않고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한다면 과거 범죄 행각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민주당 과방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이사진도 방통위원장이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별도로 이 위원장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및 청탁 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야당 과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3일 동안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격 미달 후보자라는 것을 국민께 보고 드렸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지지율보다도 못한 최악의 공직자를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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