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회사원인 김 부장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유독 심해 라운드 동반자들로부터 ‘강시 아니냐’ ‘그러게 적당히 발라야 한다’ 등의 놀림을 받곤 했다. 김 부장은 나중에서야 자신의 얼굴이 왜 매번 하얗게 변하는지 알게 됐다. 그가 사용하던 제품이 무기 자외선 차단제(무기자차)였던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무기자차와 유기자차(유기 자외선 차단제), 그리고 혼합자차(무기와 유기 혼합 자외선 차단제)로 나뉜다. 무기자차 선크림은 무기 화합 물질로 피부에 막을 씌워 자외선을 반사·산란시키는데 이때 가시광선까지 반사시켜 얼굴이 하얗게 뜬 것처럼 보이게 한다. 대신 물리적인 과정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피부 자극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백탁 현상을 줄인 무기자차 제품도 나오고 있다.
유기자차는 화학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한 뒤 열에너지인 적외선으로 변환·방출시키는 방식으로 자외선을 차단한다. 빛을 반사하지 않아 백탁 현상이 없고 발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학 성분과 자외선의 반응이 피부와 눈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눈의 시림이나 통증 현상이다. 또한 유분이 많아 피부가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를 섞은 혼합자차 제품은 피부 자극이 적으면서 발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선크림’인 셈이다. 유기자차와 무기자차가 얼마씩 섞여 있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혼합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충분한 양을 사각지대 없이 꼼꼼하게
자외선은 크게 자외선A(UVA)와 자외선B(UVB)로 나눌 수 있다. 자외선의 95%를 차지하는 UVA는 기미, 주근깨 등 색소 질환뿐 아니라 피부 깊숙한 진피층까지 침투해 탄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피부의 적’으로 깊은 주름의 원인이기도 하다. 자외선의 5% 수준인 UVB는 일광화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피부암을 초래하기도 한다.
UVA와 UVB를 모두 차단해야 하는데, UVB 차단 지수(SPF)와 UVA 차단 등급(PA)은 각각 숫자가 높을수록, +가 많을수록 차단 성분이 많다는 걸 뜻한다. 한 여름에는 SPF50+, PA++++ 제품을 사용해야 효과가 크다.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충분한 ‘양’이다. 한 번 사용할 때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양을 짜서 얇게 겹겹이 펴 바르는 게 좋다. 땡볕에서 라운드를 할 때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수시로 덧발라줘야 한다. 특히 구름이 낀 날에도 자외선은 있으므로 꼭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내 여자골프의 대표적인 ‘미녀 골퍼’인 안소현은 “선크림은 라운드 약 20분 전에 충분히 많은 양을 발라주는 편이다. 얼굴 뿐 아니라 귀, 턱선, 목덜미 등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구석구석 케어를 해주고 전반을 마친 후에 덧바른다”고 했다.
최근에는 편의성 때문에 스프레이 선크림도 느는 추세다. 하지만 스프레이 제품을 얼굴에 직접 뿌리면 눈이나 코, 입 등을 통해 화학 성분이 흡수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프레이 선크림은 가급적 다리나 팔에 사용하는 게 알맞다.
선크림이 피부암 유발? 주범은 햇빛!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제가 암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며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선크림은 충분한 안전성 평가를 거친 뒤 제조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강한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피부암 발생 확률은 더 크다.
대신 선크림은 차단 지수와 등급이 높을수록 화학 성분 함량도 많기 때문에 피부 민감성이나 상태를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건성 피부라면 보습 성분이 포함된 크림이나 밤(연고) 타입의 제품이 알맞다. 지성이나 여드름 피부라면 로션 형태의 오일 프리 제품을 추천한다.
꼼꼼한 클렌징으로 상쾌한 마무리
라운드 후에는 전용 세안제를 이용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제거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선크림을 말끔하게 씻어내지 않으면 자칫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땀이나 물에 잘 지워지지 않는 워터 프루프 선크림의 경우 더욱 세심한 클렌징이 필요하다.
골프백 안에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제품이 변질됐을 때는 아깝다 생각 말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크림은 개봉 후 1년 이내 사용하는 게 좋다. 색이 변했거나 묽어졌거나 오일과 수분의 분리 현상 등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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