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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과소평가된 바이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산을 정리하기엔 너무 이르다. 아직도 그는 6개월의 잔여 임기를 남겨두고 있고, 오늘날처럼 변동성이 강한 시기에는 불과 몇 달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단임으로 백악관 생활을 마감하는 대통령의 재임기를 돌아보고, 역사가 그의 치세를 어떻게 규정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바이든이 거둔 최대 성과는 수십년동안 이어져온 경제 정책과 결별했다는 점이다. 거의 반세기 동안 연방정부는 미국 경제에 혁신적인 장기투자를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재정정책은 감세였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시절 부유층에게 광범위한 혜택이 돌아가는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그 결과 미국은 소수의 개인은 부유하지만 대중은 가난한 나라로 특징지워졌다. 1억 달러짜리 호화주택이 곳곳에 널려있는 이 나라의 도로는 여기저기 구멍이 패여 상처투성이고, 어린이 사망률은 선진공업국들 가운데 단연 선두를 달린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감세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에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전비가 합쳐지면서 미국의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

바이든은 미국의 재정정책에 변화를 주었다. 그는 연방자원을 이용해 기반시설, 육아, 제조업과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장기투자의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5만6000 건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등 운송기반시설에 195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조산업 투자 붐으로 지난 10년간 계속된 고용 추세가 역주행을 시작했고, 청정에너지 역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의 부양자녀 세액공제가 확대 실시된 1년간 빈곤 아동이 46% 감소하면서 340만 명의 어린이가 빈곤에서 탈출했다.



바이든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요 경제국 가운데 미국이 가장 강력한 경제회복을 이루는데 기여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 총 1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역대 단임 대통령 가운데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실업률도 2년 연속 4% 아래에 머물렀다. 이 역시 1960년대 이후 최장 기록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경제회복의 공로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의료, 주택과 대학교육 분야의 고비용 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 상당 부분은 필자가 오래전에 지적했듯 우리가 문화 정치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바이든을 몰아세우는 최대 이슈는 경제가 아닌 국경이다. 그가 국경문제에 취약한 것은 너무 오랫동안 민주당내 좌파의 비위를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수백만 명의 이주민이 난민 신청을 앞세워 국경을 넘어왔고 미국의 이민시스템은 극심한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채 무너졌다. 대응자세를 가다듬은 바이든은 마침내 초당적인 이민개혁법안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트럼프는 이민문제를 선거이슈로 계속 활용하기 위해 공화당이 위기상황을 누그러뜨릴 법안 통과에 협력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바이든이 뚜렷한 흔적을 남긴 또 다른 영역은 외교정책이다. 그는 러시아의 귀환과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도전에 단독으로 대응하거나 일시적 미봉책으로 맞서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체인 나토를 강화했고 스웨덴과 핀란드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맞아들였다. 또 일본·한국·인도·호주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규합해 인도·태평양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그의 행정부가 국제문제를 훌륭히 다루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가는 트럼프와 그가 이끌었던 미국보다 바이든과 오늘날의 미국에 한층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의 마지막 유산은 전임자의 위험스런 선동과 반민주적 수사와 행동을 떨쳐내고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걸맞는 건전성과 품위 및 존엄을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유산을 지탱하려면 미국은 최종적으로 트럼프의 책장(chapter)을 닫아야 한다. 바로 이 작업을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바이든은 대선 후보 사퇴라는 고통스런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단으로 그는 역사책에 자신이 들어설 특별한 자리를 확보했다. 평생 동안 바이든은 과소평가됐지만 짧은 백악관 임기만 놓고 보면 그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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