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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요청' 올해도 외면하나

9월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1974년부터 역대 도쿄지사들 추도문 보내

고이케 취임 첫해 제외 추도문 발송 중단해

주최측, 도쿄도청 찾아 올해도 추도문 요청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EPA연합뉴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 행사 주최 측이 올해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추도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추도 행사 실행위원회는 지난 1일 도쿄 도청을 찾아 고이케 지사에 추도문을 요청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은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다. 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학살된 조선인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역대 도쿄 지사들은 매년 추도식에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고이케 지사도 취임 첫해인 2016년 “많은 재일 조선인들이 이유 없는 피해를 당하고 희생된 사건은 우리나라(일본) 역사상 드문, 정말 비통한 사건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그러나 추도비에 조선인 희생자 수가 6000여명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두고 ‘근거가 희박하다’는 우익의 공격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추도문을 내지 않았다. “희생된 모든 분들께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으며 개별 행사에 대한 발송은 자제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6월 중순의 도쿄도지사 선거 주요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에 대해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을 대법요(大法要)라는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며 “법요를 하면서 위령하는 것이 도지사로서 8년간 진행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야가와 야스히코 실행위원장은 고이케 지사에 추도문을 요청한 뒤 도쿄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루머를 믿은 사람들의 손에 목숨을 빼앗긴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자세는 다르다”며 “고이케 지사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추도) 식전(式典·기념행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실행위로부터 추도문 요청을 받은 도청 담당자는 “고이케 지사와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간토대지진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관동)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지진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와 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재일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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