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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 방치하다 이식까지…숨은 환자 찾아내야죠”

■김윤준 대한간학회 이사장 인터뷰

백신 없는 C형 간염, 먹는 약으로 완치 길 열려

WHO, 2030년까지 ‘C형 간염 박멸’ 목표 제시

나이 어려도 고위험군이라면 선별 검사 받아야

김윤준 대한간학회 이사장이 C형 간염의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끝났어요. 오랜 기다림 끝에 제도가 마련됐으니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전력을 다해야죠. ”

김윤준(사진)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국가건강검진에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도입된 것을 두고 “C형 간염 퇴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반겼다.

C형 간염은 천연두, 소아마비에 이어 인류가 박멸할 수 있는 세 번째 감염병으로 꼽힌다. 예방 백신은 없지만 먹는 약으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과거 C형 간염 치료에 쓰였던 항바이러스제는 치료 기간이 길고 효과는 떨어지는데 내성 문제가 심각했다. 그런데 10여 년 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등장하며 치료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8~12주만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 걱정 없이 98~99% 수준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바이러스 신규 감염 발생률과 사망률을 2015년 대비 각각 80%와 65% 낮추고 진단율과 치료율을 각각 90%와 80%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각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획기적인 신약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김 이사장 같은 전문가들에게 큰 고민을 안겼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들의 치료율은 58.1%로 WHO의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전 세계가 C형 간염 퇴치를 바라보는데 국내 환자 2명 중 1명은 치료조차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환자가 얼마 되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학회가 2015~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조사한 C형 간염 항체 유병률은 0.6%다. 국가검진으로 도입되기엔 적은 수치라 완치 방법이 있는 데도 제도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간학회를 필두로 전문가단체가 C형 간염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을 추진한지 꼬박 7년만에 결실을 맺은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

김 이사장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다른 질환과의 우선순위를 따져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을 것”이라면서도 “완치 방법이 있는데 병이 있는지도 몰랐다가 간이 망가져서야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의료 현장에 몸 담으며 안타까운 사례를 숱하게 접하는 동안 그의 속은 까맣게 탔다. 가까운 친척조차 C형 간염 치료 시기를 놓쳐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되고 이식수술을 받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가검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선별검사 양성 소견자 중 20~30% 가량이 C형 간염으로 확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은 제도 시행까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국민들에게 C형 간염 선별검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생애 단 한번만 무상으로 검사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자칫 꼭 필요한 환자가 누락될까 하는 걱정도 컸다. 그는 “나이가 어려도 주사제 사용이 잦거나 수혈 이력이 있는 경우,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 교정시설 수감자 등은 C형 간염 발병 위험이 높다”며 “고위험군은 나이와 관계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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