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북스&] 우주 개척과 상술 사이…'화성 이주'는 가능할까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아메데오 발비 지음, 북인어박스 펴냄)

'다행성족' 비전 제시한 머스크

스페이스X 세워 우주개발·관광

학계선 우주시대 실현성에 의문

물리적 한계 극복·외계 적응 등

기술·과학·윤리적 문제들 탐구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AP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텍사스 보카치카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4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해 지구 궤도를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런던을 공포에 빠뜨린 세계 최초의 탄도 미사일 ‘V2’를 개발한 베르너 폰 브라운은 1952년 소설 ‘화성 프로젝트(The Mars project)’를 출간했다. 그의 화성 프로젝트는 소설로 그치지 않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마셜 우주 비행센터 초대 관장이 된 그는 화성 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했다. 그의 계획은 3년에 걸쳐 70명의 승무원들이 10척의 우주선에 나눠 타고 화성 표면에서 1년 이상을 보내는 것이었다. 10척의 우주선은 지구 저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46개의 재사용 가능한 로켓으로 운송된 재료로 조립될 예정이었다.

그의 계획은 폐기됐지만 그의 책들을 읽으며 꿈을 키운 일론 머스크는 50년 뒤인 2002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한다. 거대 기업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우주 탐사에 도전한 신생 스타트업은 기존의 ‘쩐의 전쟁’ 구도를 뒤집었다. 머스크는 ‘물리 법칙’ 외에는 모든 전제들을 의심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의 시대를 연다.

저궤도 비행을 성공시킨 그가 내세운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다행성족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이다. 그는 화성을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로 점찍었다. 인류가 화성에서 살 수 없다는 가정마저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 공교롭게도 폰 브라운의 소설 속에서 화성에 인류 거주지를 건설한 집단의 리더 이름이 ‘일론’으로 언급되면서 머스크의 ‘화성 운명’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1999년 촬영한 화성의 전경 /사진 제공=NASA


신간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에서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 물리학자인 아메데노 발비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 교수는 과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0%의 가능성을 내세운다. ‘물리의 법칙’ 외에는 모든 가정을 의심하고 해결책을 찾는 머스크가 화성을 지구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애초에 물리의 법칙 때문에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에 따르면 과거 화성의 환경은 지금 만큼 척박하지는 않았다. 수십억 년 전 화성은 두꺼운 대기와 강과 바다를 갖고 있었고 화산 활동 또한 활발하게 일어나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크기가 문제였다. 지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 때문에 화성은 뺘르게 내부의 열을 잃었고 자기장이 사라졌다. 자기장은 때로는 시속 1000km에 달하는 태양풍으로부터 생명체를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존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또 크기로 인해 표면 중력도 약해 대기와 물이 대부분 우주로 흩어져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

물론 화성의 대기에 온실가스를 공급해 표면의 압력과 온도를 높이고 토양과 극지의 얼음을 녹이는 것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있다. 머스크는 지구 외의 행성에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테라 포밍’ 기술을 주장한다. 이 기술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금성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를 이론적으로 조명하며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최선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해도 호흡 가능한 대기를 만드는 데는 수십만 년이 걸린다. 이마저도 자기장과 화산 활동이 자연스레 생겨나지 않는 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대기는 곧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인류를 수송하는 과정은 더욱 큰 문제다. 1년여가 걸리는 이동이 성공하더라도 편도 티켓일뿐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다면 어째서 머스크는 이렇게 화성 이주 계획에 자신만만할까. 머스크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을 이끄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역시 화성 거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는 것에 저자는 주목했다.

우주 탐사 기업들이 우주 관광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거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 재사용 로켓의 ‘가성비’는 우주선을 여러 번 사용해야 확보될 수 있다. 수천만 달러가 드는 여객기가 단 한 번만 쓰인다면 승객이 부담하는 탑승권 가격은 수십만 달러겠지만 10회, 100회 이상 사용 되면 일반인들도 수만 달러 수준으로 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결국 화성으로의 저비용 운송 비즈니스 모델이 화성 탐사 계획의 본질이라는 것. 저자는 말한다. 상술에 속아 화성을 사람 살기 위한 곳으로 만드는 데 자본을 투입하는 대신에 단 하나의 존재인 지구를 아끼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이 노력들을 투입하자고. 방향에 따라 막대한 노력과 비용은 생존 티켓이 될 수도 백지수표가 될 수도 있다. 1만75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