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덮친 1일(현지 시간)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데 이어 2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공포가 수출주 위주의 아시아 증시까지 흔든 것이다. 여기에다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가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줄줄이 폭락한 것도 아시아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1일 뉴욕 증시에서 미국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전일 대비 1.21%, 1.37%, 2.30% 하락 마감했다.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조된 후 반등했던 지수가 하루 만에 급락한 것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로 시장 전망치(48.8)를 크게 밑돌며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1일 발표된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24만 9000명으로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이 공포 심리를 자극했다. 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보고서의 결과도 참담했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 4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치인 17만 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7월 실업률 역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4.3%로 나타나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에 균열이 생기면서 미국 성장률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으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도 짙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시간표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안은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번지는 중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침체는 아시아 수출 기업들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촉발된 엔화 강세 기조가 수출 기업의 주가를 흔들며 닛케이225를 6% 가까이 끌어내렸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2216.63엔(5.81%) 떨어진 3만 5909.70엔에 장을 마쳤다. 1987년 이후 사상 두 번째로 큰 폭이다. 대만 자취엔(-4.43%), 홍콩 항셍(-2.08%), 한국 코스피(-3.65%)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아시아 증시의 하락 폭도 컸다. 싱가포르의 자산운용사 스트레이츠인베스트먼트홀딩스의 매니시 바르가바는 “아시아 지수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상당한 비중을 고려할 때 빅테크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아시아 시장에 광범위한 침체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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