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 게릴라성 폭우가 자주 발생하는 등 한반도가 동남아시아와 같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환경오염이다. 환경오염은 여러 문제점을 낳지만 특히 생물종의 멸종이 가장 큰 위협을 야기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승운(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물종 멸종이 인류에게 미칠 악영향은 현재진행 중이며 임계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 산하 전문연구기관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다양한 생물을 보전하기 위해 2018년 10월 경북 영양군에 설립됐다. 최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으로 한반도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며 “국가 멸종위기종 보전 정책 수립 지원과 멸종위기종 복원 기술력 확보 및 증식·복원 체계 마련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지구는 70% 이상의 생물종이 사라지는 대멸종을 다섯 번 겪었고 과학자들은 이제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온다고 경고한다. 그간 대멸종은 지각변동이나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등 자연현상이 원인이었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최 센터장은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야생동물 개체군이 전 세계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평균 69% 감소했다”며 “국내에서는 2022년 기준 282종의 야생생물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현재 토지 개발 등으로 인한 서식처 감소, 환경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종은 400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생물종 멸종은 그 종에만 영향을 주지 않고 다른 생물종의 생태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결국 인류의 삶을 위협한다. 최 센터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종한다’는 학계의 경고를 그 예로 들었다. 그는 “꿀벌은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으로, 인간이 식량으로 활용하는 작물의 종자·열매를 맺게 해주는데 꿀벌이 멸종되면 식량 생산을 감소시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미국의 경우 최근 야생벌 수가 4분의 1로 줄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토종벌의 감소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생물종 멸종을 막는 것은 결국 인간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일반 시민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자원 절약을 통한 생활 속 환경보전 활동, 지속 가능한 소비 실천, 멸종위기종의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 인지 및 알리기, 동식물 서식처 보전을 위한 자원봉사 참여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최근 희귀한 동물을 키우고 싶다면서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포획하거나 밀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예뻐서’ ‘보기 좋아서’라는 이유로 동물을 함부로 키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인간의 이런 욕심이 결국 생태계를 망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멸종위기종 복원에 많은 성과를 낸 센터는 최근 한국에서 멸종된 소똥구리 복원에 성공했다. 최 센터장은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채집된 적 없는 소똥구리의 복원을 위해 몽골에서 소똥구리를 들여와 서식 환경 분석, 인공 증식 기술 개발, 최적 사육 조건 분석 등을 진행했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멸종된 지 50년 만인 지난해 소똥구리를 한국의 생태계로 돌아오게 하는 업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센터는 앞으로 멸종위기종 복원·보전에 시민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멸종위기종 교육 강화로 시민들에게 생물종 멸종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시민 과학자도 양성할 것”이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하는 문화가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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