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뇌종양을 앓는 3살 아이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상습 폭행 당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지난달 31일 JTBC ‘사건반장’은 양성 뇌종양을 앓고 있는 3세 아들을 둔 아버지 A씨로부터 제보받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A씨는 어느 날 아이 뺨에 빨간 손자국을 발견하면서 아들의 학대 정황을 알게됐다고 전했다. A씨가 원장에게 연락해 상처에 대해 물었고, “놀다가 다친 거 같다. 잘 모르겠다”는 답을 받았다.
이에 A씨가 “CCTV를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원장은 “CCTV를 본다면 우리를 못 믿는거니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걸로 알겠다”고 발끈했다. 담임 보육교사 B씨 역시 다른 학부모들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며 CCTV를 보여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어린이집 측의 강한 반발에 오히려 의심이 커진 A씨는 끝까지 CCTV 영상을 요구했고, 아이 볼에 빨간 손자국이 난 날의 영상을 보고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
영상 속에서 B씨는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이다가 아이가 불편한 듯 고개를 돌리자, 물티슈를 뽑아 들고 아이 얼굴을 가격했다. 얼굴을 닦아주는 척하면서 계속 머리를 밀쳐 아이는 뒤로 나자빠졌다. 보육교사 B씨는 약을 다 먹고 우는 A씨 아들의 얼굴을 밀쳐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B씨는 이에 대해 “약을 먹이다가 힘 조절이 안 됐다”고 변명했고, 어린이집 원장은 “벽에 스펀지가 부착돼 있어서 괜찮다”며 황당한 말을 보탰다. A씨는 원장이 “곧 어린이집 평가가 있는데 알려지면 큰일 나니까 제발 한 번만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결국 보육교사 B씨와 원장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4개월치 CCTV를 분석한 결과, B씨가 A씨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를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2살 여아를 때리거나 꼬집고, 강제로 음식을 아이의 입에 넣는 등의 모습이 포착됐다.
보육교사 B씨는 결국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으며, 어린이집 원장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점이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됐다.
A씨는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유아 노트를 보면 보육교사는 아이를 때린 날에 ‘의자 모서리에 찍혀 상처가 났다’고 쓰고 억지로 빵을 먹인 날에는 ‘아이가 빵 먹기 싫어했는데 잘 참고 먹어 예뻤다’라고 적었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학대한 날마다 유아노트에 아이들에게 생긴 상처에 대한 알리바이를 남긴 것이다.
한편 방송은 2살 여아와 A씨의 아들이 특별히 학대당한 이유에 대해 두 아이 모두 가장 어리고 말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