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베테랑으로 알려진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투자 전략가가 미국의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시점이 주식 매도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2일(이하 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트넷은 최근 발행한 메모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첫 금리 인하에 나설 때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금리 인하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그는 메모에서 “1970년 이후 이뤄진 연준의 양적 완화의 역사를 볼 때 경기 침체에 대응한 금리 인하는 주식에 부정적이고 채권에 긍정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는 7가지 패턴을 사례로 들었다. 하트넷은 이어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2024년은 위험자산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극도로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커지자 주식시장은 크게 휘청이는 모습이다. 지수의 급격한 하락 등은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해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CBOE 변동성지수)는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20을 넘어섰다.
특히 1일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조업도 기대치와 달리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날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 시장의 랠리가 이어졌다. 이는 지난 1년 여간 금융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앞서 증시는 고용 등 지표가 부진할 때마다 상승세를 보이는 등 ‘나쁜 소식’을 오히려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금리 인하와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은 이미 올해 세 차례에 이르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온전히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 나쁜 소식은 확실히 나쁜 소식이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급격히 활력을 잃어가는 미국 고용 시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이 4.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뛰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실업률은 지난 4개월간 꾸준히 올라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7월 비농업 일자리 역시 11만 4000건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치인 17만 5000건을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3개월 실업률이 1년 전 저점 대비 0.5%포인트 상승하면 경기 침체가 온다는 ‘삼의 법칙’이 실현됐다는 우려로 긴장감이 극대화됐다. 하트넷 역시 “실업률이 4.3%까지 오르면 (부정적) 신호를 촉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어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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