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알카에다 소속 피고인 3명에 대한 ‘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합의를 이틀만에 취소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9·11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미군기지에 수감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와 공범 왈리드 반 아타쉬, 무스타파 알-하우사위 등 3명이 미국 국방부와 타결한 유죄 인정 합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모하메드 등 3명은 지난달 31일 미 당국과 사형 대신 무기징역형을 받는 조건으로 공소장에 적시된 2976명 살해 혐의 등 모든 혐의를 인정하기로 합의했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 측 합의 서명자인 관타나모 군사법정 감독관에게 보낸 메모에서 “피고인과의 ‘재판전 합의’에 관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런 결정은 내 소관”이라고 말하며 합의 철회 결정을 밝혔다.
미측이 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합의를 한 지 이틀만에 합의를 철회한 것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본토 공격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과 일종의 ‘거래’를 한데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11월 5일 대통령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유권자들 표심에 미칠 영향도 감안했을 수도 있다.
모하메드는 9·11 동시다발 테러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여객기를 납치해 건물에 돌진하는 방안을 구상한 혐의를 받는다. 미 검찰은 그가 1996년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에게 테러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후 여객기 납치범들을 훈련하고 지시하는 것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 3월 파키스탄에서 체포됐으며 2006년 9월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로 이송되기 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 감옥에 구금돼 183차례의 물고문을 받았다.
모하메드와 공범 2명은 2003년에 체포됐지만, CIA가 이들을 심문하는 과정에 고문 등 불법적인 수단을 썼다는 논란 때문에 정식 재판이 시작되지 못했고 사전심리 절차만 10여년 진행됐다. 모하메드 측은 CIA가 고문으로 확보한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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