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인종주의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항상 자신을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하던 해리스 부통령이 갑자기 흑인으로 정체성을 바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리스 부통령이 인도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당신의 인도계 유산에 깊이 감사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잇단 공격은 흑인 유권자들과 해리스 부통령을 갈라놓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출신’에 계속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흑인 표심이 결집하는 흐름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카멀라 부통령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두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사법을 ‘타자화(Othering)’라고 소개했다.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를 ‘다른 사람’, ‘우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타자화 전략은 미국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이용돼왔다. 특히 20세기 들어 미국 내 다양한 이민자 집단이 생기고, 유권자들 사이에 인종적 투표 성향이 나타나면서 타자화는 더욱 심해졌다.
NYT는 “미국 역사상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타자화) 전술을 전면적, 적극적으로 이용한 대선 후보는 없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민주당에 활기가 돌자 그가 이런 전략을 더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이탈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NYT는 짚었다. 분열을 조장하는 이런 전략이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 중 한 인종 이상에 속한 사람은 12%에 달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