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93)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애플 지분을 올들어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 보유액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3일(현지 시간) 버크셔가 공개한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이 회사는 애플 주식 842억 달러(약 115조 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던 애플 지분이 1743억 달러(약 237조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절반 가량을 매도한 셈이다.
버크셔는 앞서 1분기 보유 주식 공시 때도 애플 주식을 약 1억 1500만 주 매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말 애플의 지분 가치는 1354억 달러(약 184조 원) 규모로 줄었다. 2분기 말 보유량을 고려해보면 지난 3개월 동안에만 500억 달러 이상의 지분을 줄인 셈이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애플의 매도가 세금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자본이득세율이 인상될 경우 올해 애플 지분을 매각하는 게 버크셔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취지였다. 또 “투자 전략을 크게 바꾸는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애플을 최대 투자처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의 대량 매각으로 버핏의 투자 전략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버크셔는 애플 외에 다른 미국 주식에 대해서도 강한 매도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버크셔는 최근 12거래일 연속 뱅크오프아메리카(BofA) 주식을 매각해 38억 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매각으로 버크셔의 미국 은행 투자 지분은 12.1%로 1%포인트 줄었다.
아울러 이번 매각으로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전 분기 대비 880억 달러 증가한 2770억 달러(약 377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핏이 미국 주식시장에서의 투자 규모를 축소함에 따라 이 자금을 단기 국채에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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