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각한 수해를 입은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안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되레 남한에 날을 세우며 사실상 거절했다. 반면 러시아의 제안에는 사의를 표며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겠다”고 밝혔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통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북측에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남한을 비방하며 우리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주민 4200여 명을 구출한 공군 직승비행부대(헬기 부대)를 축하 방문해 “인민보위전에서 용감했고, 능숙했고, 주저없었던 것처럼 훈련혁명을 다그쳐 원수를 격멸하는 데에서도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 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 명 또는 1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고 구조 임무 수행 중 여러 대의 직승기(헬리콥터)들이 추락된 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모략선전에 집착하는 서울 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 의사에는 감사 표시를 했다. 통신은 4일 “푸틴 대통령이 전날 북한 내 홍수, 폭우 피해와 관련해 위문을 표하고 피해 복구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홍수 피해와 관련해 국가적인 대책들이 강구됐으므로 이미 세워진 계획에 따라 피해 복구 사업이 진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 과정에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일단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 지원보다 자력으로 수해를 복구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김 위원장의 현장 지도 행보를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재난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있다. 앞으로 외부에서 인도적 물자를 받더라도 러시아 등 일부 국가 지원만 선택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