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상 ‘입추’이지만 무더위는 한동안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바람이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탓이다. 체감 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는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어린이, 노약자 등 취약 계층의 건강 관리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발생통계에 따르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전국 507개 응급실 의료기관이 신고한 온열질환자는 386명으로 집계됐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는 1546명이다.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7월 29일부터 이달 3일 사이에만 5명이 온열질환(추정)으로 사망했다. 이는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11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달 29일과 30일 각각 50명과 51명이었던 온열질환자의 응급실 치료는 같은 달 31일에는 95명으로 치솟았다. 전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으며 폭염 특보가 가동됐던 이달 1일에는 온열질환자가 114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선 뒤 3일 154명으로 증가세다.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노인 등이 살인적인 더위의 희생양이 됐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이 30.5%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10.6%), 30대(12.7%), 40대(14.5%) 순이었다. 발생 장소로는 작업장(30.7%), 논밭(15.8%) 등 실외가 80.3%를 차지했고 작업장(7.7%), 집(6.2%) 등 실내가 19.7%였다. 실제 밀양에서는 2일 밭에서 일하던 60대 여성이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광주에서도 이날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다.
더위는 폭염·열대야 일수가 평년보다 길어지는 등 역대급 수치를 기록 중이다. 올해 33도 이상의 폭염일수는 2일 기준 7.7일로 평년보다 2.5일 길었다. 열대야 일수 역시 같은 기간 9.9일을 기록, 평년보다 6.8일 많은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강릉은 이날 최저 기온이 26.5도를 기록하며 16일째 열대야에 시달렸다. 이는 관측이 시작된 1911년 이후 가장 긴 밤 더위다. 상대습도 역시 올해 7월 기준 83%에 달해 평년보다 4% 높아 더 견디기 힘든 여름을 만들고 있다.
8월 중순까지 체감온도 35에 이르는 무더위와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입추인 7일부터 14일까지 아침 기온은 23~27도, 낮 기온은 30~36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됐다. 이는 평년 기온인 최저기온 22~24도, 최고기온 29~33도보다 높은 수치다. 습하고 더운 북태평양고기압과 따뜻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가운데 서풍에 의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열돔 현상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8월뿐만 아니라 9월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열대 서부 태평양 필리핀 앞바다 수온이 계속 높고 그쪽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에 계속 들어올 것"이라며 “9월까지 여름 늦더위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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