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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고 도주했다면 [법조 새내기의 판사체험]

⑦도주치상

무단횡단 보행자 치고 도주…피해자는 전치 8주

A씨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

재판부 “피해자도 사고 원인 제공… 상당한 과실”






<편집자주>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양형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판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양형절차를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에 새내기 법조기자로서 직접 선고를 해보면서 독자분들과 함께 양형 판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A씨는 야간에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차로 치고 현장에서 도주를 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가수 김호중 씨는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가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에는 오늘 다룰 내용인 도주치상 혐의도 있습니다. 음주운전 후 배달원을 치어 사망케 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DJ 예송도 도주치상 혐의가 적용된 사례입니다.

도주치상죄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구호조치의무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범죄를 뜻합니다.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받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도주치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제2호(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따르면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도주치상 사례에서는 재판부가 어떻게 판결을 내렸을까요.

검사는 A씨가 피해자를 구호조치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 했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강남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를 도주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밤 12시 10분경 강남의 한 교차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무단횡던하던 20대 여성 B씨를 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B씨는 사고로 무릎 골절 등으로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4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도주치상 사례를 선택하고 판사체험을 진행했습니다. 본격적인 법정공방을 보기 전 사건 개요를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도로에서 사고를 내면 사고 책임자를 확실히 알기 위해 현장에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기에 A씨에게 실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해자도 무단횡단을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최초 선택은 징역 1년 초과 3년 이하의 실형을 골랐습니다.

A씨 변호인은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하다 일어난 사고로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변론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도주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했기 때문에 이는 과실로서 특별감경인자로 양형에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변론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비슷한 전력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을 얘기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은 2년전에도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이 있다”며 “이번에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똑같은 범죄가 재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8주의 상해를 입었고 가족들은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경제적 고통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변호인은 최종진술에서 “이 사고는 피해자가 무단횡단 중 발생했기에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며 “피고인은 사고로 직장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행한 잘못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과정에서 범죄를 자백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 선고를 보기 전 기자는 A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법정공방을 살펴본 후 양형기준을 확인했습니다. 도주치상의 경우 △감경 6개월~1년 △기본 8개월~1년 6개월 △가중 1년~3년입니다. 8주라는 비교적 중한 상해를 입은 점,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난 점을 가중요소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점을 생각했습니다. 이에 최종적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이기 하지만 동종 전력이 있다고 판단해 집행유예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사회봉사 120시간과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도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교통사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고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중한 상해를 입혔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과실이 있다”며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했다.


이 판결은 특별조정된 감경영역에 속해 권고형 범위가 3개월~1년으로 정해졌습니다.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범위의 특별조정을 보면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감경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감경인자만 2개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감경인자가 특별가중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하한을 1/2까지 감경합니다. 이번 사례는 피해자에게도 상당한 과실이 있는 경우, 처벌불원 등 특별양형인자가 2개가 있었습니다. 도주치상의 양형 감경 기준이 6개월~1년입니다. 따라서 범위의 하한인 6개월의 절반인 3개월이 이번 권고형의 범위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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