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지도자의 암살 사건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던 이란이 이르면 5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역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란과 헤즈볼라, 이스라엘의 중첩된 갈등에 중동 전쟁 우려가 여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미 정부는 역내 군 전력을 추가 배치하는 한편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레바논을 떠날 것을 자국민들에게 당부했다.
3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이란이 영토 내 귀빈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르면 5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의 보복이 올 4월 단행된 이스라엘 본토 공격보다 더 복잡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이란은 4월 1일 시리아 주재 영사관이 이스라엘에 폭격당하자 같은 달 13~14일 이스라엘 건국 이래 처음으로 드론과 미사일 수백 발로 본토를 공격하는 보복에 나섰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유럽 동맹국 및 아랍 우방국의 도움을 받아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낸 후 재보복에 나섰지만 양국 모두 수위를 조절하며 전면전은 피해갔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공격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헤즈볼라나 예멘 후티 반군 등 역내 대리 세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헤즈볼라는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최고위급 간부 중 한 명인 푸아드 슈쿠르가 사망하면서 보복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3일 밤에도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겨냥해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보복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면전을 상정한 비상 훈련을 실시했고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 해군 순양함 및 구축함 등을 추가 배치하는 등 해·공군 전력 증파를 결정했다. 레바논 등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곧장 대피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부를 지휘하는 마이클 에릭 쿠릴라 대장도 3일 중동에 도착했다. 올 4월 이란의 공격을 이스라엘이 방어했을 당시와 비슷한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요르단 등 아랍 우방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동 정세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에도 균열이 생겼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재차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NYT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하니예 살해가 휴전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단기적으로는 협상이 중단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마스에 압력을 가해 휴전 합의를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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