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르면 5일(이하 현지 시간) ‘팀 해리스’를 완성해 본격적인 대권 도전에 나선다.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발표를 앞두고 캠프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참모들로 대폭 물갈이됐다. 해리스 부통령 등판 이후 전국 지지율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역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판세는 요동치고 있다.
3일 CNN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주말 내내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부통령 후보 인선에 매달렸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를 비롯해 소수의 측근들만 이 비밀스러운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통령 후보 인선은 송곳 검증과 심층적인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해리스 부통령과의 최종 1대1 면접으로 진행된다. 이날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최종 면접을 볼 후보가 확정됐는데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은 4일 워싱턴DC 해군 천문대에 있는 해리스 부통령 관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합주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후보인가’가 인선의 핵심 요소라고 CNN은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캠프의 핵심 참모들도 오바마 전 대통령 참모들로 교체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자마자 대선 캠프를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바이든의 측근들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을 보좌한 선거 베테랑들로 다수 교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바마 캠프의 수석전략가였던 데이비드 플러프, 부책임자였던 스테파니 커터, 풀뿌리 조직 전략가로 활동한 미치 스튜어트, 여론조사를 담당한 데이비드 바인더 등이 포함된다. 이들을 총괄하는 지휘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부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선거 때마다 핵심 역할을 맡은 젠 오맬리 딜런 해리스 선거대책위원장이다.
딜런 위원장은 “이 팀은 (해리스) 부통령을 반영한다”면서 “오랫동안 부통령을 위해 일한 사람들, 지난 몇 년간 행정부에서 함께 일해온 사람들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를 중심으로 새롭게 선거 캠프가 꾸려지면서 ‘바이든 충성파’와 ‘해리스 충성파’로 나뉘어 있던 이질적인 구조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팀 해리스’ 출격을 앞두고 지지율은 고무적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 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잇(538)이 전체 여론조사를 평균 분석한 결과 이날 현재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5.1%, 43.6%로 나타났다. 538의 분석이 유의미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만을 대상으로 평균을 구한 데다 투표 가능성이 큰 등록 유권자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538 측은 “전반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사퇴한 날 전국적으로 3%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신경전도 팽팽해지고 있다. 첫 TV 토론의 장소와 일정을 둘러싸고 양측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TV 토론 자체가 아예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 변경 등을 이유로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주관하는 TV 토론 일정을 새롭게 제시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기존에 합의한 대로 ABC방송에서 토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이클 타일러 공보국장은 “트럼프는 겁을 먹고 자신이 동의한 토론에서 발을 빼려 하는 동시에 자신을 구해달라며 폭스뉴스에 달려가고 있다”며 “그(트럼프)는 장난을 그만둬야 하며 9월 10일에 하기로 이미 약속한 토론(ABC 주최)에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말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는 이날 경합주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유세에서 악화된 미국의 고용지표를 거론하며 “해리스와 바이든의 정책 아래 미국은 3년 새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게 됐다”며 “불황이 오고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을 “미친 카멀라”라고 부르면서 미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더 강한 “극단적 좌파”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행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흑인이 맞느냐”고 저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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